HOME  >  오피니언  >  칼럼  >  기타

[세상만사-김지방] 몽골 UBMK 기적의 학교



몽골 울란바토르의 한인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는 독특하다. 이 학교는 19년 전 한국인 선교사들이 그 자녀들을 위해 세운 학교다. 그래서 학교 이름도 UBMK스쿨이다. UB는 울란바토르, MK는 선교사 자녀를 일컫는다. 1990년대 몽골의 민주화와 함께 러시아 군대가 철수하면서 남긴 군인 막사 건물을 선교사들이 십시일반으로 사들여 학교를 열었다. 좁은 목조 건물을 알뜰하게 활용해 도서실도 만들고 정원도 꾸미며 유치원부터 고등부 과정까지 운영하고 있다.

UBMK스쿨에서 3번 놀랐다. 몽골은 사회주의 국가이자 불교 전통이 강한 나라다. 이곳에 한국인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가 교육부의 정식 인가를 받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선교사들이 초교파적으로 연합해 학교를 세운 일도 놀라웠다. 모든 면에서 척박한 선교사 사회의 현실을 감안하면 일대사건이라고 부를 만한 일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학교가 19년 동안 유지돼 왔다는 사실이다. 매년 한국에서 정식 교원자격증을 가진 교사 수십명이 유치원부터 고교 과정까지 한국의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가르친다. 몽골법에 따라 현지 직원까지 채용해가며 운영하고 있다. 몽골을 방문한 한국의 교회들과 교인들이 조금씩 지원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현실에도 한국 대학에 성공적으로 진학을 하는 졸업생들이 늘면서 이제는 일반 교민과 한·몽 다문화가정에서도 자녀 손을 이끌고 찾는 학교가 되고 있다.

비밀은 선생님들에게 있다. UBMK스쿨 선생님들은 한국에서 현직 교사로 일하다 사명감을 갖고 봉사하러 온 평신도 선교사다. 몇십만원 수준의 사례는 집세를 겨우 낼 수준이다. 자원봉사나 다름없다. 송해남 교장은 한국에서 공립초등학교 교사였다. 처음에는 휴직을 하고 이곳에서 봉사하다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4년 전 UBMK스쿨에서 “교장으로 와 달라”고 부르자 아예 사직서를 내고 울란바토르로 달려왔다.

선교사 자녀들은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교사 선교사는 그 존재만으로 살아있는 사랑의 증거다. 오송 주몽골 대사는 “UBMK 교사들은 대부분 안정된 직장과 소득을 포기하고 개인 돈을 털어 봉사하기 위해 오신 분들”이라며 “신앙 없는 사람의 눈으로 봐도 참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문제는 날로 낡아가는 학교 건물이다. 한계에 다다랐다. 몽골 교육부에서 5년마다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매번 “한국 사람들은 자녀들을 왜 이런 곳에서 교육시키느냐”면서 “시설을 확충하지 못하면 인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급기야 지난해에 유치부가 인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몇해 전 몽골 정부가 한국인 선교사의 비자를 무더기 취소하고 추방한 일과도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몽골 한복판에서 아침마다 기도로 시작하고 예배하고 성경을 배우는 학교가 버젓이 운영돼온 일 자체가 아슬아슬한 사건이었다. 2년 뒤에는 초·중·고등 과정이 인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UBMK스쿨은 임시방편으로 중고등과정은 시내의 사무실 공간을 일부 임차해 운영하는 등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송 교장을 비롯해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 이 문제를 두고 기도해 왔다. 기도의 응답인지 새로운 학교 건물을 마련할 기회가 열렸다. 이달 초 울란바토르에서 만난 송 교장은 한국의 모 기독교 기업에서 몽골에서 건축 사업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인 부지에 학교를 건축해도 좋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변두리에 있는 지금의 학교보다 훨씬 좋은 위치다.

건축비를 마련하는 일이 숙제다. 학교 건물과 땅을 제값 받고 판다 해도 새 학교의 교육자재비를 마련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교회의 연합은 섬김과 나눔에서 시작된다. 기적의 학교 UBMK스쿨에 이번에는 섬김과 나눔의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한다.

김지방 사회부 차장 fattyki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