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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남준우] 경제, 긴 안목으로 운영해야



경제정책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현상과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며, 적절한 대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정책의 효율성 및 부작용 등을 확인해야 할 뿐 아니라 경제팀 간 조율도 필요하다. 또한 최근 이슈인 추경 및 법인세, 소득세율 조정의 경우 당정청 및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정책이 집행됐다고 해 바로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경제란 여러 순환과정을 거쳐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목표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짧게는 1∼2년 길게는 수년이 소요된다. 그러다 보니 정작 정책 집행이 필요한 시기를 놓쳐 효과가 반감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임기가 있는 정치인이나 정책 입안자로서는 이런 시차 때문에 조급함이 작동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일시적이더라도 효과가 빠른 단기처방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체력 강화나 환경 개선 등의 근본 해결책을 찾기보다 일시적인 통증 완화를 위해 쉽게 진통제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진통제가 병의 근원을 치료하지 못하듯 단기 처방만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할 수 없으므로 심각한 문제는 이로 인한 후유증에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감세정책으로 유명한 레이건 행정부에서는 과도한 군비 지출의 후유증으로 재정수지와 경상수지의 쌍둥이 적자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사실 레이건 재임 기간 동안에는 단기적으로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정작 그 시대에 뿌린 쌍둥이 적자의 피해는 후임자인 부시 행정부 시절 경기침체로 나타났고, 부시는 재선에 실패했다.

경제는 뿌린 대로 거둔다. 무리한 정책은 시차를 두고 대가를 치른다. 과다한 진통제나 항생제 복용이 후일 약물 만성이라는 후유증을 유발하듯 무리한 정책의 후유증은 시차를 두고 엉뚱한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결국 그로 인한 고통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며 대책 수립은 후임자의 몫으로 남는다.

지난 정부에서 경제팀은 경기부양의 일환으로 부동산 가격 부양에 힘써 왔다. 각종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소위 ‘빚내어 집 사라’는 식의 무리한 단기 경기부양책으로 현재 우리 경제는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현 경제운용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무리한 4대강 개발 등 토건 사업을 통한 경기활성화 대책은 막대한 공공분야 부채로 남아 환경적 재앙과는 별개로 후속세대가 지불해야 할 부담으로 남게 됐다. 각종 인위적인 소비 진작 등 졸속의 단기 부양책은 결국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여 현재 우리 경제는 심각한 장기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새 정부가 경제운영에 역점을 두어야 할 일은 장기 경기 침체로부터 경기를 부양해 실업을 해소하고 소득증대를 통해 내수를 확대,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개선하는 데 우선의 목적을 두는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일이다. 단기로는 청년실업과 가계부채 해소에 역점을 둬야 하나, 중기로는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한계기업 문제 해결과 산업구조 개편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장기로는 우리 경제의 고질 요인인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단순히 보육비용 및 고령연금 등 돈으로 유인하기보다 공공 보육시설의 확대나 고령 일자리 확대 등 보다 실질적이고 시스템 내에서 해결하려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청년 실업해소 등 당장 시급한 현안에 대한 대책 수립 이후엔 잠재성장률 제고 등 장기 성장동력 확보에 노력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임기 이전에 그 성과가 나타나기보다는 장기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러기 위해선 조급하게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노력에 대한 보상을 지금 기대하기보다 미래로 연기하라. 현재보다 5∼10년 후에 성공한 경제팀으로 회자되기 바란다.

남준우(서강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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