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일상채집자



나는 인스타그램을 한다. 매일 접속하지는 않지만, 반나절 내내 들여다보기도 한다. 내가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는 과정을 아는 L은 그걸 ‘집필활동’이라고 부른다. 게시물을 올리기에 앞서 퇴고를 거듭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게시물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진짜 게시물은 그 결심으로부터 한참 후에 올라간다. 그 사이에 나는 구상을 하고 초고를 쓰고 퇴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엄청나게 많은 글을 쓰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내 인스타그램 게시물엔 활자가 많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럼 대체 난 뭘 구상하고 퇴고한다는 것인가. 인스타그램에서의 집필이란 대부분 선택의 연속이다. 앵글 선택, 그리고 필터 선택, 그 다음 몇 개의 활자들.

몇 달 전에 C와 함께 오키나와의 한 수족관에 갔고, 거기서 우리는 몇 등분으로 나뉜 상어 몸체를 봤다. 모형이었지만 그 단면을 서랍처럼 앞으로 잡아당겨보는 묘미가 신선했다. 그걸 보는 순간 나는 ‘집필’을 하고 싶어졌고 C가 내 집필활동에 동원되었다. “둘 중에 뭐가 더 나아?” 내가 선택지를 보여줄 때마다 C는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다 같은 거 아니야?”

사용자의 정신건강에 가장 나쁜 영향을 주는 SNS가 인스타그램이라는 연구 결과를 봤다. 14∼24세를 대상으로 한 거니 나는 자유롭다고 둘러대고 있지만 나쁜 영향이라는 것에 대해 아주 공감을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일상의 이미지화, 포장 여부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내가 꽂힌 부분은 ‘채집’하는 행위 자체다. 인스타그램은 매력적인 채집 도구여서 일상의 단면들을, 순간을 채집하는 걸 돕는다. 곤충 채집보다 순발력이 좀 떨어져도 된다. 사진을 올리고 필터를 고르고 활자를 적는 동안 내가 포착한 순간이 인스타그램 창 안에서 나를 기다려준다. 최근에는 게시물을 올리는 중에 임시 보관하는 기능까지 생겼다. 이 작은 세계 안에 내가 무언가를 가둘 수 있다는 것, 그게 인스타그램 채집의 묘미다.

윤고은(소설가),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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