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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건세] 본인부담 상한제 가능한가



“이게 나라냐?”는 촛불광장의 목소리를 담아낸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에서 ‘민생·복지·교육 강국 대한민국’을 약속했다. 국민의 안전, 생명, 재산을 지키는 것은 ‘나라’라면 꼭 해야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국민이 큰 병에 걸렸을 때 걱정 없이 치료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국민은 큰 병에 걸렸을 때 비용을 걱정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은 더 큰 걱정이 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막중한 의료비로 가정 파탄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일이 없어야 진정한 ‘국가’다.

문 대통령은 ‘실질적인 본인 부담 100만원 상한제 실시’를 보건의료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것은 가능한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돼야 하며, 저소득층에 대한 실제적인 의료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비급여’다.

첫째, 전반적인 보장성이 강화돼야 한다. 2015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3.4%로 낮은 수준이고, 전체 의료비 중 가계부담 비용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9.6%의 배 수준(36.6%)으로 높아 서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여전히 크다. 다양한 보장성 강화 정책을 통해 보장률을 향상해야 한다.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저소득층의 의료비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에서는 예기치 못한 질병 등으로 발생한 막대한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04년부터 ‘본인부담상한제’를 운영하고 있고, 이를 통해 연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의 총액이 개인별 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금액은 공단에서 부담해 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가 있지만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본인부담 의료비가 가구 연평균 소득의 10%를 초과하는 경우 이를 재난적 의료비로 정의한다. 우리나라에서 재난적 의료비를 경험하는 가구의 비율이 2014년 기준 34.8%에 이르고 있고, 소득이 낮을수록 재난적 의료비를 경험하는 가구 비율은 증가한다. 그런데 2017년 현재 설정돼 있는 소득분위별 상한액을 살펴보면 건강보험 소득 하위 1분위가 19.6%, 2·3분위가 14.1%, 4·5분위가 12.1%로 저소득층일수록 평균 연소득 대비 보험료 지출의 상한액이 높게 책정돼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실제적인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 실현을 위해서는 저소득층의 상한액을 소득 10%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

문제는 ‘비급여’다. 본인부담상한제는 법정 본인부담 비용에 대해서만 적용되며, 비급여·선별급여·전액본인부담·노인 치과임플란트 비용은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전체 진료비의 16.5%, 본인부담 의료비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비급여 비용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비급여 관리 대상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과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는 시점과 속도가 중요하지만 아직은 비급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부담상한제 적용 대상에 모든 비급여 항목을 포함하기 어렵다. 임상적 유용성, 비용 효과성이 낮아 비급여로 둔 항목까지 상한제가 적용돼 불필요한 의료 이용과 건강보험 재정의 비효율적 운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이다. 현재 의료비로 인한 저소득층 가구의 위기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비급여 비용을 포함한 본인부담 비용을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저소득 4대 중증질환 가구에 대해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저소득층의 가계 파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시 운영되고 있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개선해야 한다.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보장성 강화와 비급여의 급여화 추진과 함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통해 저소득층의 재난적 가계 파탄을 막아야 한다.

이건세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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