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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영선] 소년원의 열악한 현실



문재인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 정책의 첫걸음은 소방, 경찰, 군인, 보육 등 국민의 안전과 치안, 복지 분야 공무원 17만4000여명 증원 등 공공일자리 창출에서 출발하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연가보상, 초과근무가 많은 직종을 중심으로 공무원 인력을 증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무원 연가 사용을 늘려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케 하고, 연가보상비와 초과근무수당 절감액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공무원 가운데서도 업무 성격상 초과근무가 제도화돼 있는 곳이 있다. 24시간 교대근무하는 소방서, 경찰서, 소년원, 교도소 등이 대표적이다. 여건에 따라 보통 주간근무, 야간근무, 휴무를 반복적으로 행한다. 필자가 24년간 몸담았던 소년원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휴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다. 소년원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주간에는 원생 교육과 행정업무를 하고, 4일 또는 5일에 한 번은 주간근무에 이어 야간에 감호업무를 해야 한다. 따라서 4일 또는 5일에 한 번은 24시간 연속 근무를 하게 된다. 문제는 인력 부족으로 24시간 연속 근무를 하고 난 이후에도 오전 9시부터 4∼8시간 추가 근무를 해야 하는 현실이다. 결국 28∼32시간의 연속 근무라는 초인적 역할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소년원 직원들은 1인당 월 평균 84시간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 2016년도 공무원 1인당 월 평균 초과근무 시간이 22시간인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열악한 근무 환경이다. 양질의 교정교화 교육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예전에 한 여자소년원의 여직원 중에서 3명의 임산부가 과로로 같은 해에 유산을 한 경우가 있었다. 이제는 공무원 복무규정이 개정돼 임산부는 올 하반기부터 야간근무를 하지 않는다. 인력 충원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조치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낸다. 임신 여직원의 야간근무를 남은 여직원들이 나눠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출산 시대에 모두가 축복해야 할 임신과 출산이 동료에 대한 미안함과 부담감이 되고 있다.

소년원은 ‘소년원학교’로 불린다.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집행하는 법집행기관으로 24시간 감호근무가 필수적인 수용시설이자 비행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교육기관이고, 안정된 사회 복귀를 지원해야 하는 사회복지기관의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정신질환 소년원생의 처우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소년원은 120∼160%에 이르는 과밀수용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정신질환을 앓는 소년원생의 비중이 매년 증가, 2016년의 경우 26%에 달하고 있다. 직원 한 명이 담당하는 소년원생 수를 비교해 보면 우리 소년원의 근무 여건은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에 턱없이 못 미치고 심지어 말레이시아 몽골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소년원생은 학교 부적응뿐 아니라 정신적 어려움 등 복합적 문제를 갖고 있다. 이들을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전문가와 열정을 가진 인력이 절실하다. 비행 청소년에 대한 관심은 국가와 사회의 의무이며, 미래에 대한 투자다. 소년원생들이 정부의 관심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한영선(경기대 교수·경찰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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