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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이재호] 미세먼지의 경제학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고 푸른 하늘 보기가 힘들어지는 날이 자주 발생하면서 미세먼지의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주된 관심사로 떠오른 지 오래다. 휴대폰 이용자들은 매일 아침 앱을 통해 미세먼지의 양을 체크한다. 실외에서 운동회를 열지 말지를 당일 아침 미세먼지의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학교들도 있을 정도로 많은 국민들은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매우 민감해져 있다.

미세먼지는 기본적으로 환경 문제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과 손실이 걸려 있는 경제 문제이기도 하다.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외부로 배출해 대기의 질이 악화되더라도 그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지 않는다면 기업은 유해물질 처리에 큰 비용을 지출해 제조단가 상승을 초래하는 반(反)이익적 행동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개인 차량 운전자의 경우에도 자가운전의 편리함은 사유화되고 오염물질이 일으키는 피해는 전체가 공유하는 상황에서 각종 산화물질을 배출해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자동차를 주차장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하는 동기를 갖게 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은 주인 없는 목초지에 소들을 방목한 소 주인들이 사적 이익 추구에 골몰한 나머지 경쟁적으로 방목을 확대해 결국 목초지가 황폐화되고 마는 상황을 설명한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경제학의 개념이 그대로 적용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황사 발원지인 중국 네이멍구의 한 사막화된 지역에서 그나마 드문드문 남아 있는 풀을 가축들이 뿌리까지 뜯어먹는 장면을 목격하고 황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형 조림사업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품는 환경부 고위 공무원의 우려를 접한 적이 있다. 이런 경우 목축을 주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다른 생존수단을 마련, 수익을 보전해주는 것이 공유지 훼손을 늦추는 중요한 인센티브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경제학적 판단이 가능해진다.

공유지의 성격을 지니는 대기오염을 억제하고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경제학적 처방은 직접 규제다. 경제주체들의 행동이 사회에 손해를 끼침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때 경제학에서는 부정적인 외부효과(externalities)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후화된 화력발전소 셧다운, 공해물질을 배출하는 제조업체의 공정 개선 명령, 유류세 인상 등의 조치를 통해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위의 네이멍구 주민들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이득과 손실을 장단기 차원에서 면밀히 분석하고 이들의 경제행위가 미세먼지 총량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엘리너 오스트롬이 저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서 주장했듯 대기와 같은 공유자원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개인들이 자발적인 협력과 규율을 통해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 내에서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국민이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외국인들조차 한국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로 대기오염을 언급할 정도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누구나 동의하는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 환경에 대한 고려 없는 정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다만 개인적 이익과 공적 이익을 어떻게 조화하느냐 관건이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친환경 자동차 확산 등 기술 개발과 제조업적인 측면에서 대기 상태를 개선하려는 노력과 더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자발적으로 동참케 하는 사회 시스템 구축을 위한 경제학적 분석과 대안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재호(경희대 교수·무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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