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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중복장애인 소통의 길을 찾아



직업을 하나님이 주신 소명으로 믿고 KT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KT의 ‘소리찾기’ 프로젝트는 2003년 이래 청각장애인이 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의료비와 재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IT서포터즈 활동은 KT 임직원들의 지식 나눔을 통해 노인,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 정보취약계층의 IT활용능력을 높이는 일이다. 지속적으로 이 일을 하면서 시각청각 중복장애인(이하 시청각장애인)에 대해 알게 됐다. 이들을 만나면 인사법부터 사실 막막하다.

어느 시설에서 만난 시청각장애인의 경우, 외지 사람이 너무 반가웠는지 악수하려는 손을 뿌리치고 내 팔을 정신없이 만진다. 그러다 시설관계자가 손가락으로 가슴에 X자를 긋고 입술에 손을 대니 갑자기 잠잠해진다. 다시 배를 툭 치니 어린아이 마냥 배꼽인사를 한다. 수십 년 간 점자와 수화 등 대화의 방법을 시도하고 가르쳐 봤지만, 결국 신체적 접촉을 통한 최소한의 사인 교환으로 만족한다 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다른 방법은 과연 없을까?’ 내 마음도 꽉 막혀 온다. 시청각장애인에게는 의사소통에서 고립되는 것이 모든 어려움의 시작인 셈이다. 소통이 막히면 접근권, 교육권, 이동권, 문화향유권, 노동권 등… 소위 인권의 문들이 모두 닫힌다.

비장애인과는 물론이고 같은 시청각장애인 간에도 소통이 어려우니 사람이라는 존재 의식조차 흔들릴 수 있지 않을까?

국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ICT회사의 사회공헌팀원으로서 동료들과 함께 시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언어(점어)와 디바이스 개발에 도전하게 되었고 아이디어는 점자와 수어에서 찾았다. 점어란 일상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표현들을 점자 기반의 언어로 정의해 만든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언어다. 점어기란 시청각장애인이 착용 또는 소지하는 사물인터넷 디바이스로 시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소통하는 입과 귀이다.

예를 들어 점어에서 7점은 긍정, 8점은 부정의 의미이며, 만났을 때 인사는 1·7점, 사과의 표현은 4·8점 등으로 정의한다. 비장애인이 스마트폰에서 ‘배고파요?’ 라고 입력하면 시청각장애인의 여덟 손가락에 착용한 점어기의 Actuator 1·4·7점이 해당 손가락에 자극을 준다.

시청각장애인이 점어기 입력부의 8점을 누르면, 스마트폰에는 ‘아니요’라고 표현된다. 점어는 청각장애인의 언어인 수어와 마찬가지로 생성·변형·추가·소멸 되는 언어의 사이클을 가질 수 있다. 점어에 대한 연구는 장애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며 현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 아래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대표 김종인)과 건융IBC(대표 백남칠), 그리고 KT 간의 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집에 갇혀 가족과의 대화도 안 되니 울화병에 단명한 거지요.” 젊은 시청각장애인의 죽음 앞에 눈물을 훔치는 동료 장애인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부디 이 연구가 시청각장애인의 가슴을 미력이나마 시원케 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

김수연 KT지속가능경영센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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