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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나부터 용서하겠습니다



지난달 15일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서는 6·25전쟁 때 순교한 순교자 48인을 기리는 기념비 제막식이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이 섬은 좌우익으로 나뉘어 1만1000명의 주민 가운데 25%에 달하는 2700명이 무참히 희생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양측은 보복 없이 아픈 상처들을 서로 보듬어 안았습니다. 세계 전쟁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기적의 이면에는 아가페적 사랑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인재 집사는 가족 13명이 죽임을 당하고 홀로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으로 가해자와 부역자들을 용서했습니다. 이 용서가 평화를 이뤘던 것입니다.

1956년 미국의 네이트 세인트와 짐 엘리어트 등 5명의 젊은 선교사가 중남미 에콰도르 와오다니족 마을에 들어갔다가 원주민의 창끝에 무참히 살해를 당했습니다. 몇 년 전 순교자 네이트 세인트의 아들인 스티브 선교사와 원주민 출신 목사가 ‘창끝’이란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순교자의 유가족들이 바로 그 원주민 마을에 들어가 화해를 요청하면서 복음을 전한 결과 주민의 90%가 복음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드라마틱한 대목은 스티브 선교사가 13세 때 세례를 받았는데 집례자가 바로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가 회심한 원주민 목사였다는 점입니다. 스티브의 어머니가 그에게 세례를 요청한 것입니다. 진정한 용서의 능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북 정읍시 소성면 두암교회에서는 23명이 6·25 당시 좌경화된 폭도들에 의해 순교했습니다. 그 중에는 우리 가족 7명과 친척 15명 그리고 외부인 한 분이 있었습니다. 군산 중동교회를 설립해 목회하셨던 제 선친은 전쟁 직전 전도사 신분으로 전도집회 겸 반공강연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게 빌미가 돼 두암교회가 집중포화를 당한 것입니다. 할머니는 교회당에서 잔인하게 살해돼 불에 태워졌고 네살이었던 형님은 끌려가다 맞아 죽었습니다. 당숙과 교회의 한 집사님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방법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악몽 같은 전쟁이 끝난 후 선친과 그 형제들은 가해자들을 먼저 찾아가 용서를 선포하고 예수님을 전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입었기에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마 18:21∼35). 그 결과 수많은 주민들이 예수를 믿게 됐고 집안에서는 선친을 중심으로 목회자 29명, 선교사 2명, 전도사 7명이 배출되는 열매를 맺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지금도 말씀하십니다.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 5:44) 나부터 용서하겠습니다.

김헌곤 목사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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