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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함께 기뻐하고 함께 울겠습니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것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목표이자 숙제입니다. 이는 주님이 직접 우리에게 주신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셨고 한 우리 안에 들어 있지 않은 다른 양들까지도 “마침내 한 떼가 되어 한 목자 아래 있게 될 것(요 10:16, 공동번역)”이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랑의 계명과 평화의 축복을 주신 후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 17:11)”라고 애절한 기도를 바쳤습니다. 서로 사랑하며 평화를 이루는 공동체를 만들라는 지상 명령입니다.

주님은 교회와 제자들의 미래를 내다보신 것일까요. 사실 초대교회 이래로 2000년 동안 기독교는 일치보다 분열을 거듭해 왔습니다. 서구교회는 물론이고 오늘날 한국교회의 분열상을 살펴보면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일치의 비전을 품고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교파와 신학 전통, 예배 관습과 신앙 윤리의 차이, 세상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태도 등을 보면 하나 될 수 있는 점보다 하나 되기 어려운 점이 더 많아 보입니다. 대립과 분열이 심할 때는 예수와 그리스도가 대립한다는 비난마저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하나 됨을 위한 노력은커녕 개혁 요구마저도 외면한 채 세상으로부터 냉랭한 눈길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신천지를 비롯한 이단의 침투에 노출됐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하나 됨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한국교회가 과도하게 분열돼 왔고 그 분열의 유산을 물려받은 채 일치를 모색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만이라도 하나가 되면 좋겠습니다.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추구할 때 중요한 것은 일치의 목표와 가치를 함께 지니는 것입니다. 조직적 일치와 제도적 합종연횡이 일치를 뜻하지 않습니다.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흡수하거나 세상과 자본의 논리와 방식대로 배타적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결과가 되면 안 될 것입니다.

올해가 한국교회 종교개혁의 원년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모든 교회가 지녀야 할 기준점은 무엇일까요. 하나님의 손길이 향하는 곳, 그리스도의 발길이 향하는 곳, 성령님의 숨결이 계시는 곳이 어디인지를 찾아 교회는 그곳 사람들과 함께 하나가 돼야 할 것입니다. 분명 우리보다 그곳에 먼저 가 계실 삼위일체 되신 하나님을 만나러 가는 일로 하나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 일을 위해 나부터 하나 되겠습니다.

“기쁜 사람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주고 우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울어주십시오.(롬 12:15)”

유시경 신부(대한성공회 교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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