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저강도 군사행동…내년엔 대미 수위 높아질 수도
북한이 '하노이 노딜' 이후 단거리 발사체를 잇달아 발사하며 군사 행동의 보폭을 점진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이런 행태는 현재 진행 중인 축소된 한미군사연습에 대한 반발·대응과 함께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려는 압박 의도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북한이 "평안북도 구성지역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 각각 1발씩 2발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며 "추정 비행거리는 각각 420여㎞, 270여㎞"라고 밝혔다.
이번 발사 역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했을 가능성이 있고, 북한은 10일 관련 보도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 이후 조종사 비행훈련(4.16)에 이어 국방과학원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4.17)으로, 다시 단계를 높인 전방 및 동부전선방어부대의 방사포 등 단거리 발사체 발사(5.4)로, 이보다 좀 더 수위가 높아진 2발의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로 무력시위의 강도를 지속해서 높이고 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보여온 이런 군사 행보에 대해 북한은 자위적 차원의 통상적인 군사 연습으로 규정하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8일 발사체 발사에 대해 "정상적이고 자위적인 군사훈련"이라며 "그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닌 정상적인 군사훈련의 일환으로서 지역 정세를 격화시킨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장성급회담 북측 대표단 대변인도 같은 날 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이에 대해 "화력 타격훈련이자 판정 검열" 차원이라며 "우리의 영해권 안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시비거리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북한의 군사행동이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려는 행위가 아니라 일반 국가의 통상적인 자위적 차원의 군사 연습임을 강조함으로써 '군사적 도발'이라는 국제사회의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한미 합동으로 치러진 '동맹 19-1'훈련과 공중훈련 등을 한목소리로 맹비난해 이번 발사체 발사가 남쪽에서 치러진 훈련에 대한 대응조치임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특히 장성급 군사회담 대변인은 '남북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국방부의 입장에 '내로남불'이라고 평가절하하고 "공중에선 주권국가를 겨냥한 도발적 연합공중훈련", "지상에선 사드 전개훈련", "미니트맨 발사"를 거론하며 한미 양측의 군사적 움직임을 강하게 비난했다.
주목되는 것은 한미군사연습에 대한 북한의 강경 대응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40여일만인 지난달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3차 북미정상회담 용의를 밝히면서도 '대화 시한'을 올해 연말로 못 박으며 미국이 고수하는 '일괄타결에 의한 빅딜'이 아닌 새 해법을 갖고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9일 북한의 최근 군사 행보가 자위적 성격임을 강조하면서도 "조선이 제시한 시한 내에 미국 측이 그릇된 태도를 바로잡지 못하고 제3차 수뇌회담이 열리지 않는 경우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문은 "핵 협상의 기회가 상실되면 핵 대결의 국면이 재현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북한이 2017년 이전처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강행하고 북미 간 일촉즉발의 상황이 재현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연말 시한까지는 미국과 국제사회가 '도발'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강도 높은 군사행동 대신 단거리 미사일 발사 정도의 저강도 군사행동으로 대미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이 지나면 그동안 자제해온 핵실험이나 ICBM의 발사를 통해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최근 북한은 대결은 대결로 맞서겠다는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미국이 빅딜이 아니면 제재 압박을 하겠다며 북한의 굴복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그에 맞서 대화를 할지, 대결을 할지 미국이 선택하라고 하면서 우리는 갈 길 간다는 차원의 군사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