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이대론 어렵다" 총선 위기의식…민평련에 친문까지 이인영 지지

부엉이모임 지지 주효…민평련·더좋은미래 존재감 과시하며 압승 견인
'친문 일색' 피로감도 작용…체급 낮춘 이인영 배수진 '통했다' 평가도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인영 의원이 당선소감을 말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이었다. 이변이라는 평까지 나왔다.

8일 실시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그룹 대표인 이인영 의원이 '친문(친문재인) 실세' 김태년 의원을 예상을 뛰어넘는 표차로 꺾었다.

이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는 전체 125표 중 과반에 가까운 54표(43.2%)를 얻으며 37표(29.6%)를 얻은 김 의원을 17표 차로 여유 있게 눌렀다. 3위인 노웅래 의원은 34표(27.2%)를 얻었다.

2·3위 표차가 3표에 불과한 예상 밖의 결과에 의총장은 술렁였다.
 
이 원내대표는 김 의원과 결선투표에서도 총 125표 중 76표(60.8%)를 얻어 49표(39.2%)를 얻은 김 의원을 27표 차로 물리쳤다.

당초 김 의원과 초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당내 예측이 처음부터 끝까지 빗나간 셈이다.

특히 김 의원은 올 초까지 당 정책위의장을 그만두며 일찌감치 선거운동에 돌입하며 표심을 호소했지만,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이 원내대표에게 사실상 참패했다.

당 안팎에선 이 같은 이변의 가장 큰 이유로 지난 4·3 재보선 전패 과정에서 온몸으로 체감한 변화와 쇄신에 대한 요구를 거론한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 의식 속에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진보·개혁성향 의원들의 정치행동·정책의견 그룹인 더좋은미래 등 개혁그룹이 전방위적으로 힘을 발휘한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친문 사조직인 '부엉이모임'이 지지를 보낸 것도 이 원내대표 압승을 견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내에선 그간 홍영표 원내대표와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이 이 원내대표를 물밑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설이 공공연히 나돌았고, 이는 실제 표로 증명됐다.

이해찬 대표와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김 의원 역시 친문의 지지를 자신하는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원내대표 역시 친문 핵심인 부엉이모임을 등에 업어 친문표를 대거 거머쥔 게 사실이다.

당 일각에서는 친문그룹으로 분류되는 의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 원내대표에 표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친문 의원의 70% 정도는 이 원내대표를 찍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내 친문 진영 분화의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부엉이모임'이라는 친문 핵심그룹이 이 원내대표를 지지함으로써 범문(범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이 원내대표의 선출은 친문 분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친문과 비문의 벽이 허물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김 의원은 친문인데, 부엉이모임이 친문이 아닌 이 원내대표를 지지한 것 자체가 친문과 비문의 경계가 없어진 것으로 해석한다"며 "친문·비문 대결 구도가 총선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모아진 결과"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경선은 당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당장 총선이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당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관계자는 "이 원내대표가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주류 일색으로 지도부가 꾸려지는데 대한 피로감이 크지 않았겠느냐"고 분석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같은 색채로 꾸려지는 것에 대한 의원들의 거부감도 어느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이해찬 대표와 가까운 만큼 같은 계열 인사가 대표와 원내대표 모두를 하는 것이 총선에서 과연 좋은 결과를 낳을까 하는 비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적 판단' 외에도 유권자인 의원들의 개별적인 판단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김 의원이 집권 후 핵심 당직인 정책위의장을 하다가 바로 원내대표까지 하는 데 대한 거부감, 당 대표 선거에서 원내대표 선거로 체급을 낮춰 '나부터 변화하겠다'고 외친 이 원내대표에 대한 호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강성 운동권', '원리원칙주의자' 이미지의 이 원내대표가 선거운동 기간 희끗한 머리를 염색하거나, 동료 의원들에게 정성스레 편지를 쓰는 등 변화한 모습을 보이는데 주력한 점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원내대표는 검은색으로 염색한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머리부터 바꿨다. 당신의 변화를 입증하라는 의원님들 주문에 대한 제 대답"이라는 말로 정견발표를 시작하며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한편 1차 투표에서 비문인 노웅래 의원이 2위를 차지한 김 의원(37표)과 불과 3표가 부족한 34표로 3위를 차지하며 선전한 것도 주목할 포인트다.

노 의원이 이처럼 선전한 것은 원내대표 경선 도전만 '3수'라는 데 대한 동정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이 1차 투표에서 얻은 비문 표는 결선에서 이 원내대표에게 거의 그대로 이동하며 결국 이 원내대표가 예상 밖 많은 표를 받는 결과를 낳았다.

연합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