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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차 회담 손짓하며 다른 한손엔 제재… '톱다운 돌파' 재확인

"제재가 비핵화 시간표 당길 것"…강온병행으로 北행동 견인 포석 
북미간 간극 뚜렷 속 한미정상회담 북미교착 타개 분수령 주목



미국 측이 북한을 향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고 있다.

지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긴장이 고조돼온 가운데 '톱다운 대화'의 틀을 견지, 교착 국면을 뚫고 해법을 찾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측은 다른 한손에 들고 있는 대북제재라는 무기를 거둬들일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압박과 관여의 강온병행 쌍끌이를 통해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갖고 협상 테이들로 복귀하도록 유도하려는 복안으로 보인다.

북미 협상을 총괄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일 방송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이 몇 달 안에 다시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한 좌담회에서 "나는 너무 머지않아(before too long) 다음번이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데 이어 또다시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만남의 시기도 '너무 머지않아'라는 추상적 표현에서 '몇 달안에'로 구체화했다.

'하노이 노딜'로 실무차원의 충분한 준비 없이 정상 간 담판에만 의존하는 톱다운 협상 방식의 한계가 노출, 일각에서 과거의 '바텀업' 방식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고개를 들었지만, 톱다운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걸 명확히 한 셈이다.

특히 한미정상이 오는 11일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하노이 노딜' 이후 잠시 주춤했던 톱다운 북핵 외교전의 막을 여는 가운데, 한미정상이 이를 통해 도출할 비핵화 해법이 김 위원장의 협상 본궤도 복귀를 촉진, 남북미로 이어지는 톱다운 돌파구 찾기가 한층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남북미 정상(PG). 사진합성·일러스트

현재 방미 중인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지난달 30일 입국, 특파원들과 만나 "톱다운 방식을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결과가 나지 않았나"라며 "하향식으로 계속 궤도 내에서 대화가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잇따라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해결'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북측에 손짓을 보낸 차원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지난달 22일 '추가 대북제재 철회 지시' 트윗을 통해 북한을 향해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사람들이 기존 제재만으로도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현시점에서 추가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직접 밝혔다.

미국측이 만지작거리는 3차 북미 정상회담 카드에는 동시에 김 위원장의 결단을 압박하는 이중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이 거론한 3차 정상회담은 일단 두 정상이 얼굴을 맞대 보자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조건부'로 해석된다.

'비핵화로 가는 길 위에서 실질적인 첫 번째 조치 또는 실질적인 큰 조치를 달성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는 뜻을 내재하고 있어서다.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비핵화를 직접 약속한 김 위원장에게 이를 이른 시일 내에 이행할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다시 톱다운 테이블로 나오라는 압박성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는 셈이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짜인 비핵화 시간표는 없다고 되풀이하면서도 현 대북제재가 북한을 옥죄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제재가 시간표를 더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미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행동 없이는 제재를 풀 의사가 없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제재라는 지렛대를 쥐고 있는 한 '시간은 미국 편'이며 오히려 다급한 쪽은 제재로 인한 타격을 입고 있는 북한이라는 점을 내세워 조속한 약속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가시권 안에 들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이다.
 
북미 정상 (CG). [연합뉴스TV 제공]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핵 담판에서 김 위원장에게 건넸다는 이른바 '빅딜 문서'에 북한 핵무기와 핵물질의 미국 이전과 모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은 물론 화학·생물전 프로그램까지 모두 해체해야 한다는 직설적이고 포괄적 요구가 담긴 것으로 로이터통신 보도 결과 나타나면서 북미 간 간극이 다시 한번 극명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빅딜 문서대로라면 미국은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의 볼턴식 리비아 해법을 연상시키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이전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로 돌아간 듯한 흐름이다. 그러나 북한은 CVID 요구에 대해 패전국에 대한 '항복 요구'라며 강력히 반발해온 만큼 접점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번에도 '하노이 노딜'의 전철을 반복, 또다시' 빈손 회담'을 연출할 경우 북미 양측 모두 부담이 너무 크다는 차원에서 사전 의견접근 없이 쉽사리 만남이 이뤄지기는 녹록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로에 선 북미 비핵화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 될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간의 먼 거리를 좁힐 묘수가 나올지에 귀추가 주목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와 맞물려 지난달 2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의 한미외교장관에 이은 이날 정경두 국방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의 한미 국방장관회담, 김 차장의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면담 등 한미 정상회담 준비 등을 위해 총출동한 한국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의 외교전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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