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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대통령' 공약, 보안·비용 문제로 무산… '空약' 논란도

2012 대선 때도 검토…지난 대선 당시 유홍준 "준비 끝나는 대로 이전"
광화문 재구조화돼도 시민 접근성 고려할 때 靑 이전 사실상 불가능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 자문위원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청사 이전 보류 발표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야심 차게 내놓은 '광화문 대통령' 공약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일각에서는 대선 당시 표를 얻기 위해, '공약'(空約)이 될 것을 알고도 현실성 떨어지는 공약(公約)을 했다는 비평이 나온다.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 자문위원은 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역사성, 보안, 비용 등을 검토한 결과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면서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면 청와대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기능 대체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광화문 대통령' 구상을 처음 선보인 것은 2012년 대선이다.

그해 12월 기자회견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로 나선 문 대통령은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와 국민 속으로 들어가 늘 소통하겠다"며 "대통령이 되면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12일 영등포 당사에서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두 번째 대선 도전을 앞둔 2016년 12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는 "지난 대선 때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종합청사로 옮기고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약을 부각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하고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소통'이라는 가치를 구현하는 핵심 공약이었다.

퇴근길에 남대문 시장에 나가 시민과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을 기울이고 노량진 고시촌에 가서 취업 때문에 힘들어하는 젊은 사람들을 만나겠다고 한 약속은 현장에 나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였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때는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구체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정부청사 이전은 10대 공약 중 하나였던 권력기관 개혁의 첫 번째 과제로 제시됐다.

문 대통령은 대선 한 달 전에는 '광화문 대통령 공약 기획위원회'와 '서울역사문화벨트조성 공약기획위'를 꾸렸다.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는 동시에 청와대와 북악산을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바꾸고 청와대∼종묘를 역사문화거리로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유홍준 광화문시대 자문위원은 당시 역사문화벨트위원회 총괄위원장으로서 공약을 마련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운데)가 2017년 4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서울역사문화벨트조성공약'·'광화문대통령공약' 기획위원회 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유홍준 위원장(왼쪽)을 비롯한 위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 자문위원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준비가 끝나는 대로 집무실 이전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공약 이행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유 자문위원을 위원장으로 내정까지 했다.

그러나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약속한 지 20개월여 만에 사실상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돼 대선 당시 공약 검토가 졸속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는 문제는 서울시가 2016년 9월부터 전문가들과 '광화문 포럼'을 구성해 논의해 온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 연계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4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광화문광장은 주변 지역과 단절돼 도시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가 광장이 돼 시민이 걷고 들기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의 광화문 접근성이 더욱 커진다는 뜻인데, 이렇게 돼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면 경호상의 어려움이 발생한다.

유 자문위원도 대선 당시 "그것(경호문제)을 가장 먼저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관저의 보안도 문제다.

유 자문위원은 4일 브리핑에서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 이후) 대통령 관저가 종합청사나 외교부 청사로 가는 건 어떤 면에서는 불가능하다"며 "대통령이 머무는 곳으로부터 100m 이내 집회는 물론 접근이 금지돼 광장을 만들고 사람이 못 오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 자문위원이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된 후 장기적 사업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했으나 사실상 이마저도 '공염불'이 될 수 있는 분석이 나온다.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 자문위원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청사 이전 보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유 자문위원은 "대통령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는 것은 어렵다고 결론지었다"고 밝혔다. 

유 자문위원은 "관저는 현 대통령만 살다 가는 집이 아니다"라며 "현 관저의 불편한 점, 풍수상 불길한 점을 생각하면 옮겨야 하는데 현 대통령이 관저를 옮긴 다음 자기는 살지 않고 다음 사람 보고 '살아라' 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무실 이전 무산 계획을 보고한 뒤 문 대통령이 '이심전심'으로 이러한 고민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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