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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걱정없이 공부하길" 평생 과일장사로 모은 400억 고대 기부하는 노부부

김영석·양영애씨 부부 200억 토지·건물 기증…200억 어치 추가기부 예정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에서 김영석(91)씨 양영애(83)씨 부부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평생 과일장사하며 모은 전재산을 기부하는 기증식 열렸다.



"직업에 뭐 귀천이 있나요. 남한테 피해 안 주고 열심히 번 돈을 좋은 데 쓰는 게 참 좋아요 저희 부부는."

25일 오후 5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 김영석(91)씨와 양영애(83)씨 부부가 각각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한 채 천천히 들어왔다.

거동이 불편한 김씨는 일반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는 게 어려워 앰뷸런스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다.

인자한 미소를 짓는 이들 부부의 얼굴에 깊이 팬 주름에서는 지나간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부부는 이날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200억원에 달하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토지 5필지와 건물 4동을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 기증했다.

또 이른 시일 안에 200억원 상당의 다른 토지 6필지와 건물 4동을 추가로 기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땅과 건물은 이들 부부가 50년 넘게 서울에서 과일 장사를 하면서 억척스럽게 모은 전 재산이다.

북한 강원도 평강군 남면에서 태어난 김씨가 월남했을 때 나이는 고작 17살이었다. 부모를 여의고 고향을 떠나면서 남은 형제들에게 "남쪽에서 돈을 벌어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했다.

김씨와 중매로 만나 결혼한 양씨는 생계를 위해 식모살이, 식당일 등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다가 1960년대 초부터 남편과 함께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종로5가에서 과일을 팔기 시작했고, 이후 점포까지 냈다.

부부는 좋은 과일을 구하기 위해 매일 자정 시장을 찾아갔다. 돈을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전차를 타지 않고 시장까지 1시간 거리를 걸어 다녔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는 경찰에 여러 번 붙잡히기도 했지만 좋은 과일을 좋은 가격에 팔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쯤은 대수롭지 않았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는 문을 연 지 3시간 만에 과일이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과일 장사가 끝나면 식당에서 일하며 돈을 벌고, 끼니를 해결했다. 그렇게 30년 동안 번 돈은 그대로 은행에 넣었다. 옷과 양말 등 옷가지는 돈 주고 사는 법 없이 얻어쓰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부부는 이렇게 모은 돈과 은행에서 빌린 돈을 합쳐 1976년 청량리에 상가 건물을 샀다. 서로의 생일도 챙겨주지 못하고, 여행 한 번 가지 않으면서 아낀 돈으로 원리금을 갚아나갔고, 주변에 건물들을 하나둘 더 사들였다.

슬하에는 두 아들이 있지만, 미국에 자리를 잡고 살고 있기 때문에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좋은 곳에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이들 부부는 말했다.

양씨는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학교에 기부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우리가 기부한 재산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힘이 되길 바란다" 환히 웃었다.

고려대 염재호 총장은 "평생 땀 흘리고 고생해서 모은 재산을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해 기부한 두 분의 고귀한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학교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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