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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시장 출마 자선사업가 '현찰 30만달러 나눔 행사' 논란

시카고 시장 선거에 출마한 자선사업가가 도시 남부 흑인 밀집지역에서 '현찰 30만 달러 나눔 행사'를 열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시카고 언론과 의회전문지 더힐 등에 따르면 시카고 중견 사업가 윌리 윌슨(70·민주)은 지난 22일 시카고 '뉴 코브넌트 미셔너리 침례교회'에서 30만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약 2,000명의 예배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윌슨의 '닥터 윌리 윌슨 재단'은 앞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행사를 "생활고에 처한 주택소유주들의 재산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행사에는 오는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브루스 라우너 일리노이 주지사(공화)도 참석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투자사업가 출신 라우너 주지사는 작년부터 2차례에 걸쳐 윌슨 재단에 총 20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화당 비주류 라우너 주지사와 민주당 비주류 윌슨이 당적과 무관하게 협력 전선을 구축한 셈이다.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 선거에 나선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돈을 나눠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일각에서는 "라우너 주지사가 흑인사회 지지를 얻기 위해 윌슨을 이용했다"는 비난도 일었다.

라우너 주지사조차 "현금을 나눠주는 행사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며 "선출직 공무원 후보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윌슨 측은 "재단이 30년 이상 실천해온 자선사업의 일환이며, 선거와 무관하다"는 입장이고, 선거관리 당국도 윌슨 편에 섰다.

일리노이 선관위 대변인은 "지급된 현금이 윌슨의 선거자금이 아닌, 자선재단 기금에서 나왔기 때문에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윌슨이 선거자금을 유용한 증거가 없으며, '표' 등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며 "현시점에서는 불법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카고 선관위 측은 "아직 정식으로 접수된 고발장은 없다"면서 "시장 선거 후보자 등록 마감과 함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1월 말 이전에는 고발장이 접수되더라도 경찰에 통보하는 것 외에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고 밝혔다.

윌슨은 내년 2월 열리는 시카고 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10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의료용품 수입판매 사업과 함께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매장을 다수 운영하며, 가스펠 음악 전문 TV 프로그램을 제작·진행하고 있다.

윌슨은 2015년, 통합경선제로 치러지는 시카고 시장 선거에 처음 나서 5명의 후보 가운데 3위(득표율 10.66%)에 올랐고 2016년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에 출마해 2만4,326표(득표율 0.08%)를 얻었다.

윌슨의 도전 상대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으로 3선에 도전하는 람 이매뉴얼 시장이다. 이매뉴얼 시장은 2011년 취임 이래 기득권층만을 위한 정책을 펴면서 흑인사회를 외면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한편, 시카고 트리뷴은 윌슨이 선거자금으로 29만3,000달러를 모았으며 이 가운데 28만1천 달러는 본인 출자로 조성됐다고 전했다. '모금의 귀재'로 알려진 이매뉴얼 시장의 선거자금은 1,000만 달러 이상으로 나머지 후보 9명 선거자금 총액의 5배에 달한다.
 
윌리 윌슨 현금 나눔 행사 [시카고 WGN방송 화면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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