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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아파트서 투신사망… 유서 "금전받았으나 청탁과 무관"

정의당 노회찬 의원.

서울 중구 한 아파트 17∼18층서 투신…유서 발견 "가족에 미안"
드루킹 쪽에서 불법 정치후원금 5천만원 수수 의혹…2천만원 강의료 의혹도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씨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 당사자인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23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8분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 현관 쪽에 노 의원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 17∼18층 계단에서 노 의원 외투를 발견했고, 외투 안에서 신분증이 든 지갑과 정의당 명함,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찾아냈다. 유서 내용은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투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한 아파트에서 경찰들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노 의원이 드루킹 사건과 관련, 신변을 비관해 투신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노 의원은 드루킹 측근으로 자신과 경기고 동창인 도모(61) 변호사로부터 2016년 3월 불법 정치후원금 5천만원을 받은 의혹을 받는다. 드루킹의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으로부터 2천만원의 강의료를 받은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해 노 의원은 "어떤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특검 수사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 원내대표는 한국 진보정치 진영의 간판스타였다.

재치있고 논리적이며 대중 친화적인 언변으로 큰 인기를 얻어 소수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정의당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고, 최근까지 정의당 원내대표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한국사회의 진보 담론을 선두에서 이끌었다.

노 원내대표는 고등학생이던 1973년 당시 유신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면서부터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기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사건으로 1989년 구속된 노 원내대표는 만기 출소 후 대선에서 백기완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했으며, 매일노동뉴스 발행인, 민주노동당 부대표를 거쳤다.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노 원내대표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한 방송사 토론에서 "50년 동안 한 판에서 계속 삼겹살을 구워 먹어 판이 새까맣게 됐으니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한다"라는 촌철살인의 말솜씨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17대 총선을 통해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하고서 이듬해 8월 옛 국가정보원 불법도청 테이프에서 삼성그룹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어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했으나, 곧이어 대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 확정판결을 받고 국회의원직을 상실하는 고난을 겪었다.

절치부심하던 끝에 20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이 아닌 경남 창원성산을 지역구로 내려가 악전고투 끝에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되며 다시 진보진영의 대표주자로 우뚝 섰다.

정의당 1~3기 원내대표를 내리 지내며 창당 초반 1%에 머물렀던 지지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난주 일부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을 역전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4월에는 민주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를 위한 의원모임을 출범하고, 첫 등록 대표를 맡아 원내에서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섰다.

최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하나로 특수활동비 폐지를 주장하고, 교섭단체 대표로서 받은 특활비를 일괄 반납하기로 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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