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D-2] 얼마나 오래 마주앉을까…비핵화 합의수준 주목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얼마나 이어질지,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싱가포르 현지 시간으로 12일 오전 9시(미 서부 시간 11일 오후 6시)에 '첫 대좌'가 시작된다는 것 외에 그 뒤의 구체적 세부 시간표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에 따라 12일을 넘어 연장될 가능성을 여러 번 거론한 바 있지만, 양측 관계자들은 '당일치기'를 기본 원칙으로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회담이 하루 내에 마무리될 가능성에 상대적으로 무게가 실리는 흐름이다.
하루에 끝나더라도 몇 시쯤 마무리되느냐는 회담의 기상도를 가늠케 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이 '잠정적 계획'이라는 전제를 달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일인 12일 오후 2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3시) 싱가포르를 떠날 예정이라고 보도한 것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킨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로이터통신 보도대로라면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5시간 만에 종료하고 떠나는 셈이 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양측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의 합의문 명시 여부 등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것과 맞물려 첫 북미정상회담이 구체적 결실 없이 '상견례'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반대로 양측간에 이미 합의문 도출이 잠정 완료돼 굳이 긴 시간이 필요 없을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일부 고개를 들었다.
 
미국 황금시간에 맞춘 회담...일정에 숨겨진 정치 방정식. (CG) [연합뉴스TV 제공]
 
로이터 보도의 사실 여부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북미 양측은 당초 '단독 정상회담→확대 정상회담→공동선언문 발표' 등의 순차적 일정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회담 일정이 12일 비교적 늦은 시각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여전하다.
 
더욱이 첫 순서인 북미 정상 간 '일대일 담판'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단독 회담 이후의 추가 회담, 공동선언문 발표 및 만찬 여부 등 싱가포르에서의 후속 일정에 얼마든지 변동이 가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12일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이튿날인 13일 오전 9시(싱가포르 현지시간) 현지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회담의 시작과 기자회견 모두 미국 현지 시청률이 가장 높은 프라임 시간대를 겨냥한 셈이 된다.
 
정상회담의 결과를 놓고는 미국 내에서는 큰 틀의 원칙 합의를 넘어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 각론으로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제기되는 모양새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지난 1일 방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백악관 회동' 후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게 해결될 수 없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성공적 과정의 시작"이라며 '과정'을 강조한 뒤 일련의 후속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첫 만남은 서로 알아가는 자리이며, 좋은 관계 구축으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는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해왔다.
 
이를 두고 워싱턴 외교가와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빅뱅 식 일괄타결 프로세스에서 한발 물러나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미 정상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어떤 종류의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25년간 외교관들을 괴롭혀온 난제인 북한의 핵 프로그램 문제를 놓고 씨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WP에 "기대치를 낮추려는 노력이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흘러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 될 수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만나서 서로 인사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더라도 여전히 이번 회담은 역내에서 환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비핵화 요구와 북한의 체제보장 요구에 대한 의미 있는 합의 결과가 도출된다면 "외교적 과정을 스타트하는 성공적 회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두 정상의 정의가 꽤 다를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 있어 같은 걸 의미하는지가 가장 큰 쟁점이자 회담의 성패를 좌우하는 지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동안 북미 간에 쌓여온 불신과 두 정상의 예측 불가능성이 서로 겹쳐 이번 북미정상회담 전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화협정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고위 참모들을 비롯한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의 비핵화 전까지는 평화협정이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보이지만, 전통적 외교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어떤 파격을 선보일지는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NYT는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즐겨온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특히 전임 대통령들이 이러지 못한 부분에 대해 뭔가 가시적 성과를 보일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비핵화와 평화협정에 대한 동시 협상도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NYT에 "평화협정은 나중에 나올 수 있지만, 북미 간 적대관계 종식 의사를 표명하는 정치적 성명 형태의 평화 선언은 상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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