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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드루킹, 파주에 현대판 율도국 ‘두루미타운’ 건설 중이었다”

경제적공진화모임 고위등급 회원, 국민일보에 밝혀

 

‘드루킹’ 김씨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에게 나눠준 두루미 모양 배지. 오른쪽 사진은 김씨로 추정되는 남성이 2016년 10월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10·4 남북 정상 선언 9주년 행사’에 참석한 모습. 전 경공모 회원 제공, 시사타파TV 캡처

   
“물리적·정신적 자유 느끼는 경제공동체 만드는 게 꿈”
회원들에게 언급하고 블로그에 글 올려
경공모 회원 20여 가구 드루킹 집과 가까운 곳 이사
관세음보살 자비 나타내는 ‘옴마니반메훔’ 진언도 전파


인터넷 여론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49·닉네임 드루킹)씨가 경기도 파주 일대에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을 모아 이른바 ‘두루미타운’을 건설 중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공모 회원 수십명이 파주의 김씨 집 주변에 모여 종교집단처럼 공동체 생활을 추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경공모 간부급 회원이 적극적으로 이주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공모를 탈퇴한 한 회원은 이들이 “시민단체를 가장한 사이비 집단”이었다고 말했다.

경공모 고위등급 회원은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경공모 회원 수십명이 드루킹과 가까운 곳에 살고 싶다며 파주로 이사했다”며 “모두 20가구 정도”라고 전했다. “지방에 살던 노부부 두 집도 파주로 이사를 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회원도 “가족까지 버리고 모인 이들이 원룸 등에서 살며 김씨 일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씨가 살던 파주의 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은 “드루킹이 이곳에 사는지 전혀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두루미타운이라는 이름은 2011년부터 등장했다. 그는 같은 해 12월 16일 “(이름은) ‘두루미타운’이고 입지와 풍수도 제가 정했다. 2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이러한 계획을 성공시킬 재원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실행될 것”이라는 게시물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2013년 6월 17일에는 “격암유록에 따르면 전쟁에서 몸을 피할 수 있는 땅의 세 가지 조건은 사람이 많이 다니고,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며, 두루미가 사는 곳이다. 파주 교하는 그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곳”이라는 글도 올렸다. 자신만의 안전지대를 구상하고 두루미타운이라는 이름을 붙인 내력을 설명한 내용이다.

김씨는 평소 경공모 회원들에게 “두루미타운은 물리적·정신적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경제적 공동체”라고 선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급 회원은 “김씨가 ‘취업·교육·주거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 공동체를 만드는 게 자신의 꿈’이라며 ‘파주가 길지라서 이곳으로 옮겼다. 경공모 회원들과 함께 이곳에서 (이상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경공모 회원들에게 주문을 외우고 두루미 사진을 지니고 다니게 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열성 회원들을 파주의 한 초등학교에 불러 모은 뒤 두루미 형상을 담은 배지도 지급했다.
 

경공모에서 고위등급으로 활동했던 한 회원은 “김씨가 평소 회원들에게 6자 대명왕 진언이라는 ‘옴마니반메훔(옴마니 파드메 훔)’을 항상 읊게 했다”고 증언했다. 옴마니반메훔이란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구하며 번뇌와 죄악이 소멸되고 온갖 지혜와 공덕을 갖추길 기원하는 주문이다. 또 다른 고위등급 회원은 “회원 중 한 명이 사망했을 때 회원들끼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옴마니반메훔’이라고 말했다”며 “누가 몸이 좋지 않거나 나쁜 사건이 일어나면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옴마니반메훔’이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선 이후 이른바 ‘개성공단 장악 프로젝트’를 구상해 회원들에게 알렸다고 한다.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세를 더불어민주당에 확인시켰다고 판단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구상을 실행하려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경수 민주당 의원에게 오사카 총영사 후보를 추천했던 것도 이 같은 프로젝트를 실제 착수하기 위한 장치였다는 것이다. 경공모 전 관계자는 “김 의원 인터뷰에 오사카 관련 댓글을 단 것 자체가 실체적으로 협박을 한 것”이라며 “추적하면 다 경공모 회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경공모 내부에선 김씨 주장이 워낙 황당해 탈퇴한 회원들도 상당수 존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배신자는 끝까지 추적해 응징하겠다”며 고위등급 회원들을 압박한 경우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김씨 사건을 담당했던 한 수사팀 관계자는 “당시에도 김씨 모임은 사주카페 성향이 짙었다. 비주류 성향을 가진 인사가 정치시사 평론까지 내놓으면서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며 “그런 자의 인사 청탁이 청와대까지 전해지리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파주=강경루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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