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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포토라인서 꺼낸 ‘말’… “말을 아끼겠다. 역사서 마지막이길”


 
이명박 전 대통령 ‘운명의 날’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그는 국민 앞에 섰다. 검찰청 포토라인에서 내놓은 ‘말’은 “말을 아끼겠다”는 것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14일 오전 9시30분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했다. 검찰 조사를 받는 역대 다섯 번째 대통령이 됐다. 지난해 3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지 꼬박 358일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9시15분쯤 서울 논현동 자택을 나서서 차로 이동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뒤 6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간략히 입장을 밝혔다.

그는 포토라인에 서서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면서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뇌물수수, 횡령·배임, 조세포탈, 직권남용, 공직선거법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의혹과 관련해 20여 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110억원대 불법 자금 수수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또 다스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뇌물수수는 이 전 대통령이 받는 여러 혐의 가운데 법정형이 가장 무겁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1억원 이상 뇌물을 수수한 사람을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기소 이후 양형에까지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이 부분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의 수뢰 혐의액은 국정원이 청와대에 상납한 특수활동비 17억원, 삼성그룹이 제공한 다스 소송비 60억원(500만 달러) 등을 포함해 총 110억원대에 달한다.

아울러 다스 관련 BBK투자자문에 떼인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는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 청와대 등 국가기관을 개입시킨 혐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거액 탈세 등 다스 경영 비리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이 전 대통령은 불법 자금 수수와 관련한 사실을 일체 몰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스 역시 경영 문제로 조언해 준 적은 있지만, 실소유주는 자신이 아니라고 거듭 부인해 왔다.

앞서 1월 17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검찰 수사는 ‘정치보복’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며 검찰 수사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 핵심 측근 진술과 영포빌딩 내 다스 비밀창고 등지에서 발견된 증거들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의 전직 대통령 조사 관례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실무를 지휘하는 한동훈(45·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만나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거쳐 간 1001호 특별조사실로 이동해 송경호(48·29기) 특수2부장과 신봉수(48·29기) 첨단범죄수사1부장의 조사를 받게 된다. 이복현(46·32기) 특수2부 부부장검사도 조사에 참여한다.

혐의 내용이 방대하고, 전직 대통령 신분상 재소환이 어렵다는 점에서 장시간 조사가 불가피하다. 길어질 경우 15일 오전에 끝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 동의를 얻어 조사 전체 과정을 영상 촬영하기로 했다. 이날 한 차례 조사를 끝으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에게 필요한 예우는 충분히 갖추되 철저하고 투명하게 수사하겠다”며 “되도록이면 1회 조사로 마쳐야 할 것인 만큼 불가피하게 조사가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포토라인 발언’ 전문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무엇보다도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또한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써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라건데 역사에서 이번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국민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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