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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굳은 표정으로 “국민 여러분” 반복…피해자 사과는 없어

자신의 정무비서였던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에 자진 출석,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사과문을 올리고 잠적한 지 나흘 만이다. 안 전 지사는 9일 오후 5시5분쯤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검은색 롱패딩에 평소와 같은 안경을 착용한 안 전 지사는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서 연신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운을 뗀 안 전 지사는 “저로 인해 상처입으신 국민여러분 또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 그리고 제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 너무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앞으로 성실히 검찰조사에 따라 조사 받겠다”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드린, 국민 여러분이 저에게 주셨던 많은 사랑과 격려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국민 여러분’에게 사과했다.

한 기자가 “피해자 김지은씨 말이 맞나”라고 질문했지만 안 전 지사는 답변 없이 건물로 향했다. 취재진의 반복된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2분여의 짧은 발언 동안 현장에선 안 전 지사를 향한 시민들의 욕설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한 남성은 안 전 지사가 아내와 가족을 언급하자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 소리쳤다.
 
자신의 정무비서였던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검에 자진 출석,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 겸 정무비서였던 김지은씨의 고소를 토대로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및 추행 혐의를 수사 중이다.

통상 수사당국은 고소인을 먼저 불러 피해 여부를 파악한 뒤 그 다음에 피고소인을 불러 조사한다. 안 전 지사가 먼저 출석하겠다고 나선 점은 다소 이례적이다. 전날 안 전 지사는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며 8일 예고된 기자회견을 2시간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김씨 외에 추가 성폭행 피해 폭로자가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검찰 출석 역시 출석까지 1시간 반도 남지 않은 시점에 기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됐다.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 및 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두번째 피해자는 현재 변호인단을 구성해 고소장을 작성 중에 있으며 다음주 초 쯤 서울서부지검에 안 전 지사를 고소할 예정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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