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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범, 소방벨 작동해 학생들 유인…"토끼·닭에 총격" 증언

범행 후 학생들과 섞여 빠져나온 뒤 서브웨이·맥도널드 찾아
 
법정에 출석한 플로리다 주 고교 총격범 니콜라스 크루스.
 
플로리다 주 고교에서 총기 참극을 벌인 니콜라스 크루스(19)가 범행 당시 학생들을 복도로 유도하기 위해 화재경보기를 작동시켰다는 증언이 나왔다. 소방 벨을 일부러 작동시켜 학생들을 복도로 나오게 한 뒤 인명 살상을 극대화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15일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언론에 따르면 연방 상원의원인 빌 넬슨(플로리다) 의원은 연방수사국(FBI)의 브리핑 등을 토대로 "학생들이 교실 밖으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크루스가 소방 벨을 작동시켰다"면서 "확실히 준비된 범행"이라고 말했다. 크루스는 당시 방독면을 쓰고 있었으며 연막 수류탄까지 소지하고 있었다. 크루스가 연막 수류탄을 터뜨려 소방 벨을 작동시켰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오후 2시 40분께 학생들의 하교 무렵에 총기 참극이 빚어진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는 당일 오전 이미 한 차례 소방훈련을 한 상황이었으며 크루스가 작동시킨 화재 경보는 학생들에게 소방훈련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크루스는 범행 후 대피하는 학생들의 무리에 섞여 학교를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범행 현장에서 수 마일 떨어진 코럴 스프링스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크루스의 명확한 범행동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이 학교 학생이었던 크루스가 전 여자친구의 새 남자친구와 싸움을 벌인 것 등과 관련해 지난해 퇴학당했다는 증언이 학생들 사이에서 나왔다. 수학 교사인 짐 가드는 총기참극 이후 학생들로부터 들었다면서 크루스가 한 여학생에게 스토킹 수준의 집착을 보였었다고 전했다. 한 여학생은 "누군가 일을 벌이면 그(크루스)가 될 것이라고 모든 사람이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스의 친척에 따르면 크루스와 그의 형은 어렸을 때 뉴욕 롱아일랜드 출신의 부모인 린다와 로저 크루스에게 입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 로저 크루스는 10년 전에, 어머니 린다는 지난해 11월 각각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스의 친척들은 크루스가 의기소침해 있었지만 어머니의 죽음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정신적으로 특별히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고 친척들의 변호사인 짐 루이스가 전했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에서 퇴학을 당한 뒤 가족들의 권유로 대입 자격 검정시험(GED)을 위해 '성인교육과정'에 다니고 있었지만 범행 당일 아침에는 "오늘은 밸런타인스 데이"라면서 등교를 거부했다고 NYT가 전했다.
 
백인 우월주의 단체로 알려진 '리퍼브릭 오브 플로리다'(the Republic of Florida) 측은 크루스가 단체 회원이었고 준 군사훈련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를 이끄는 요르단 예레브는 "크루스는 여자친구와 문제가 있었다"면서 "밸런타인스 데이에 범행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매업체인 달러 트리는 크루스가 파크랜드에 있는 자신들의 매장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크루스의 '기행'에 대한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크루스는 집 주변에서 다람쥐나 토끼는 물론 이웃집 뒷마당에서 기르고 있던 닭에 총격을 가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주변 사람들이 밝혔다. 한 이웃은 "동물을 죽이는 것은 이 젊은 친구(크루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됐다"고 말했다. 이웃들은 크루스가 공기총으로 닭을 사격했다고 월스트릿저널에 전했다.
 
평소 총기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등 무기에 상당히 집착했던 것으로 알려진 크루스는 1년 전에 AR-15 반자동소총을 합법적으로 구입했다. 18세 이상에게는 판매가 합법적인 총기류였기 때문이다. 크루스는 개스 마스크와 AR-15 반자동 소총, 다량의 탄창 등을 갖고 학교에 갈 때 차량호출업체 우버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크루스가 스마트폰의 우버 앱으로 차량을 불러 타고 갔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주 고교 총기참극 현장. [AP=연합뉴스] 

한편 니콜라스 크루스(19)는 끔찍한 범행 직후 대피하는 학생들과 뒤섞여 학교에서 빠져나온 뒤 태연하게 인근 대형마트 패스트푸드점에 들러 음료수를 사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워드 카운티 셰리프국의 스콧 이스라엘 국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크루스가 학생들 사이에 끼여 도망쳐 나온 다음에 근처 월마트에 갔고 매장 안에 있는 서브웨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음료수 하나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국장은 크루스가 그 다음에 걸어서 맥도널즈 매장에도 들어갔다고 말했다. 크루스는 맥도널즈 매장을 떠난 뒤 40분가량 지나 한 명의 경찰관과 맞닥뜨렸고 이 경찰관에 의해 체포됐다.
 
법정에 출석한 크루스의 공판 서류에 따르면 크루스는 체포된 다음에 자신이 학교 교정에 들어갔던 총격범이며 복도에서 보이는 학생들을 겨냥해 총을 쐈다고 형사들에게 진술했다. 크루스의 체포 진술서에는 "학교 캠퍼스에 추가로 탄환들이 꽂힌 탄창을 들고 갔다. 그걸 공격을 시작할 때까지 백팩에 숨겨놓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 일간 USA투데이는 전했다.
 
크루스의 재판을 맡은 킴 테레사 몰리카 판사는 17건의 살인 혐의를 받는 그에게 보석금 없는 구금을 명령한 상태다. 이날 재판 전에 국선변론을 맡고 있는 변호사 고든 위크스는 "용의자가 짧은 시기에 감정적 상처를 받아 깊게 좌절한 아이"라고 표현했다.
 
법정에서 그의 옆에 있던 멜리사 맥닐 변호사는 크루스가 구치소에서 자살 가능성 때문에 감시받고 있는 상태라면서 "정신적 문제와 우울 등으로 부서진 아이인데, 지금 일어난 일들을 인지하고는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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