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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 성범죄 비판 봇물…올림픽도 미투 직면

화이트, 자신이 이끌던 록밴드 여성 멤버에게 피소
기자회견서 관련 질문 회피하다 더 큰 비판 초래

 

숀 화이트가 14일(한국시간)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성조기를 어깨에 두르고 스노보드를 한손에 든 채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성범죄 혐의로 피소된 사실 때문에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에선 화이트가 하프파이프 부문에서 최고난도인 1440도 연속 회전으로 올림픽에서 세 번째 금메달을 딴 것이 부각되고 있지만 해외에선 오히려 그의 성범죄가 한층 제기되는 한편 올림픽이 성범죄 고발 운동인 미투 캠페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NBC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화이트는 우승 직후인 14일(이하 한국시간) 기자회견에서 성범죄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는 올림픽에 대해 이야기하러 왔지 가십(뜬소문)에 대해 답하러 온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 올림픽위원회 언론 담당자는 이후 화이트에게 성범죄 피소에 대한 것을 물으려는 기자들의 질문을 차단했다.

화이트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록밴드 ‘배드 씽’의 전 여성 드러머 레나 자와데를 7년간 성희롱 및 성추행 했다.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화이트는 자와데 앞에서 엉덩이를 보이는가 하면 강제로 키스하는 등 원하지 않는 접촉을 시도했다. 또한 화이트는 자신의 손을 속옷에 넣었다가 뺀 뒤 자와데에게 냄새를 맡아보라는 등 추잡한 행위도 했으며, 포르노 영상을 보여주는가 하면 발기된 성기 사진과 음란한 문자 등을 지속적으로 보냈다. 자와데는 검찰에 화이트가 자신에게 보낸 핸드폰 메시지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자와데는 “화이트가 록밴드 배드 씽의 재정을 상당 부분 지원하기 때문에 나에게 군림하려고 했다. 머리를 자르라고 하는가 하면 속이 드러나는 야한 옷을 입거나 붉은 립스틱을 칠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면서 “화이트는 이번 문제가 불거지자 잔여 임금도 주지 않고 나를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자와데의 주장에 대해 화이트는 음란한 문자와 사진을 보낸 것은 인정했지만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있다.

화이트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성범죄 피소를 ‘가십’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일자 다음날 “내가 이런 민감한 사안에 대해 단어 선택을 잘못한 측면이 있다”며 “진심으로 미안하다. 단지 우승 직후 흥분된 상태라 그랬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 현지 여론은 이미 악화된 상태다. 화이트가 자신의 성범죄를 사과하기는커녕 ‘가십’으로 치부하는 등 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후 화이트의 성범죄를 비판하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한편 화이트의 성범죄가 불거지면서 올림픽도 미투 캠페인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국가대표 체조팀의 팀닥터로 30년간 활동하면서 여자 체조선수 160여명을 성추행한 래리 나사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선수들은 성범죄에 취약한 경우가 적지 않다. 반대로 선수들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지난 브라질 리우올림픽 때에도 미국 선수 2명이 현지 선수촌 청소 담당 직원들을 성추행해 기소되기도 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IOC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기간 중 발생하는 성범죄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성평등 지원센터’를 만들었다. 한국 김성숙 수녀 등이 담당한 성평등 지원센터는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상담과 지원 등을 맡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IOC가 올림픽 기간 이런 독립된 시설을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평창올림픽이 개막한지 며칠 안됐지만 벌써 성평등 지원센터에 성범죄를 신고한 건수가 4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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