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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기도해주세요” 올림픽 성화처럼 영성 뜨겁다

기독 선수들 화이팅!… 선교 현장
 
대한민국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 서이라 선수가 7일 오후 강원도 강릉선수촌 종교센터에서 세계스포츠선교회 목회자들에게 선전을 기원하는 안수기도를 받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9일 개막되면서 강원도 평창과 강릉선수촌 내 종교센터(Multi-Faith Centre)에 선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5개의 기도실과 1개의 상담실로 이뤄진 종교센터 건물은 경기를 앞두고 승리를 기원하거나 긴장을 풀기 위해 온 세계 각국의 선수들로 붐비고 있다.

개막 이틀 전인 7일 찾은 평창과 강릉의 종교센터에는 십자가, 불상 등 각 종교의 상징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종교센터 직원은 “종교 상징물을 배치하지 않는 게 더 많은 종교를 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이나 단체가 조용한 공간을 대여해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측은 기도실을 대여하고 외부 종교시설과 연계해 종교활동도 지원한다. 또 예약할 경우 외부 종교인이 직접 선수촌을 방문하기도 한다. 성경 찬송가 등 종교서적도 대여하고 있다.
오후 6시 강릉 종교센터에서는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 서이라(26·화성시청) 선수가 세계스포츠선교회 목회자들에게 ‘선전 기원’ 안수기도를 받고 있었다. 서 선수는 박철승(63·전 국가대표 사격선수) 진천선수촌교회 지도목사에게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린다”고 청했다.

안수기도는 10여분 이어졌다. 목회자들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박 목사가 “하나님은 인간이 계획하는 것보다 더 큰 계획을 갖고 계신다”며 격려하자, 서 선수는 “먼 곳까지 와 주신 목사님들께 감사드린다. 최선을 다해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서 선수는 기도 후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지만 생각보다 긴장이 안 된다. 무엇보다 목사님들에게 기도를 받으니 용기 백배, 힘이 불끈 난다”고 했다. 그렇다고 서 선수가 결과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다. 올림픽 전 마지막 월드컵시리즈에서 임효준(22·한국체대) 황대헌(19·부흥고) 등에 비해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그는 20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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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선수는 “4년 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때 남자팀이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기 때문에 저를 비롯한 모든 선수의 각오가 남다르다. ‘하면 된다’는 분위기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시각, 목회자들의 휴대전화에 기도를 부탁하는 기독 선수들의 문자가 잇따랐다. 알파인스키 김소희(22·단국대) 선수는 “저 올림픽 마케팅 강의 받고 또 훈련 나가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훈련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아셨죠? 목사님”이라고 애교 섞인 문자를 남겼다.

김 선수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경험했다. 비록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슬럼프에 빠지는 등 선수로서 회의감을 느낀 적도 있지만 그를 버티게 한 원동력은 바로 신앙이었다. 김 선수는 “각종 대회를 치르면서 긴장되고 떨릴 때 성경을 보며 마음을 다진다”고 했다.
 
종교센터를 돌아보는 올림픽 참가 선수와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선수는 모두 144명. 이 중 기독 선수는 30명가량이다. 지도자 중에도 기독교인이 적지 않다.

먼저 한국 썰매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스켈레톤 종목에 이한신 김지수 김준현 선수가 출전한다. 스켈레톤은 썰매형 속도경기 종목의 하나로 머리를 앞에 두고 엎드린 자세로 1200m 이상의 얼음트랙을 질주하는 경기다. 평균시속은 100㎞에 이르며 직선과 곡선 등 다양한 코스를 빠르게 내려와야 한다.

설상 경기에서는 스키점프 이주찬 선수와 알파인스키 김소희 정동현 선수가 믿음의 레이스를 펼친다. 활강종목 김동우 선수도 틈틈이 기도하며 경기를 준비한다.

봅슬레이에는 신미란 김근보 김동현 오제한 석영진 문라영 소피아 선수 등이 출전한다. 신미란 선수는 “봅슬레이는 동계스포츠 종목 중 가장 빠른 스피드를 내는 스포츠”라며 “1200~1300m의 트랙에는 14~22개 정도의 곡선 주로가 있는데, 이 곡선 주로를 얼마나 빠르게 잘 지나가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기도 부탁드린다”고 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세계 빙상계를 놀라게 했던 노장 이승훈 선수도 메달을 노리고 있다.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는 ‘장거리 최강자’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 선수와 올림픽 3번째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서울 창신교회에서 이 선수의 신앙을 지도했던 박계문(캐나다 거주) 목사는 “승훈이가 누나와 함께 교회에 열심히 출석했다. 아무쪼록 유종의 미를 잘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승리를 기원했다.

한편 대회 기간 경기장 밖에서도 기독교인들의 활약이 이어진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선수와 관광객을 위한 언어별 문화행사와 예배를 마련한다. 관광객을 위한 처치스테이와 선교카페, 응원도구와 기독서적 등을 활발하게 제공 및 운영할 예정이다.

한국교회봉사단과 한국기독교직장선교회, 세계스포츠선교회 회원 1000여명이 전도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경기장과 KTX 역사 인근에서 선교카페 초청장과 만국기, 성경말씀이 적힌 스카프 등을 나눠주고 있다. 가수, 성악가 등이 출연하는 문화선교 공연도 강릉과 대관령에서 진행된다.

국내외 심판과 선수, 통역 등이 참가한 ‘국제동계스포츠인선교회’(MIS븡공동대표 우순태 신성식 목사)도 7일 발족했다. 선교회는 평창 올림픽순복음교회에 마련된 기도처소인 ‘미션하우스’를 베이스캠프로 삼고 올림픽 관계자 및 선수와 예배를 드리며 기념품·식음료 제공, 개발도상국 선수 지원사업 등을 펼친다. 우순태 공동대표는 “그간 올림픽 선교가 외부에서 진행하는 기도회나 노방전도 위주였다면 선교회는 심판, 선수 등을 직접 데려와 선교하는 방식”이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평창 강릉=글·사진 유영대 양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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