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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하고 싶은 말 있다” 서지현 검사가 JTBC 나온 이유

검찰 내 성추행·인사보복 폭로한 서지현 검사
 
JTBC 뉴스룸 캡처

법무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뒤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한 서지현 검사가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나왔다”는 서 검사는 인터뷰 내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서 검사는 지난 26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2010년 당시 법무부 간부 A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또 이 사건 이후로 통영지청에 발령 받는 등 부당한 인사조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현직 검사가 자신의 실명을 내걸고 이 같은 폭로를 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서 검사는 이날 뉴스룸에서 “검사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글을 올릴 때까지도 제가 인터뷰하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주위에서 ‘피해자가 직접 나가서 얘기해야만 너의 진실성에 무게를 줄 수 있다’고 해서 용기를 얻어서 이렇게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제가 범죄 피해를 입었고 성폭력 피해를 입었음에도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닌가’ ‘내가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했구나’라는 자책감에 굉장히 괴로웠다”면서 “범죄 피해자분들께,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나왔다. 제가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JTBC 뉴스룸 캡처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 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서 검사는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는 듯 여러 차례 목이 메었다. 피해 상황을 설명할 때엔 “여전히 떠올리기 힘든 기억”이라고 말했다. 당시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 믿기지 않아 “환각인 줄 알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서 검사에 따르면 사건은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벌어졌다. 서 검사 옆에는 A검사가 앉아 있었고, A검사 옆에는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이 자리했다. 서 검사는 “A검사가 옆자리에 앉아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상당 시간 동안 했다”며  “주위에 검사도 많았고 법무부 장관까지 있는 상황이라 몸을 피하면서 그 손을 피하려 노력했지, 대놓고 항의를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장례식장에 너무 많은 사람이 있었고 법무부 장관까지 있었는데 현실이 아니라고 느껴졌다”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 지속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손 앵커가 “말리거나 문제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느냐”고 하자 서 검사는 “전혀없어서 환각이 아닌가 생각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JTBC 뉴스룸 캡처

‘사과를 받고 조용히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나’라고 묻자 서 검사는 “2010년도 당시엔 지금과 분위기가 달랐다. 성추행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이야기를 공론화하는 것이 검찰 조직에 누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다”며 “사회에서 이런 문제가 대두됐을 때 피해자에게 2차, 3차 피해가 가해지지 않나. 그런 것을 걱정한 것도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8년이 지나도록 가해자로 지목된 A검사의 사과는 없었다. A검사는 서 검사의 폭로 글이 올라오자 “오래전 일이고 문상 전에 술을 마신 상태로 기억이 없다”고 해명했다. 법무부 역시 인사 불이익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 검사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은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추행 부분은 보고 있던 사람이 많아서 부인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불이익은 검찰 인사가 워낙 비밀리에 이뤄지고 일부 내부 사람들만으로 이뤄지는 거라서 사실 밝히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 검사는 인터뷰 말미에 “제가 나오게 된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며 “첫째는, 저는 제가 성실히 근무만 하면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고 당당히 근무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검찰 조직 개혁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이뤄질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절대 스스로 개혁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이어 “두번째는 이야기를 해도 되는지 고민이 많았지만, 가해자가 최근에 종교에 귀의해서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고 간증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한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서 검사는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처음에 말씀 드렸듯이 범죄 피해자나 성폭력 피해자는 절대 피해를 입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 그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방송 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을 명백하게 조사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서지현 검사의 용기에 가슴이 찡하다”며 “성추행하고도 아직 현직에 있다니, 꼭 명명백백하게 조사해달라”고 썼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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