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현, 발바닥 부상으로 2세트 도중 기권… 황제에 가로막힌 ‘돌풍’

정현(왼쪽)이 26일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전에서 로저 페더러에게 기권패한 뒤 코트를 떠나고 있다. AP
 
정현(왼쪽)이 26일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전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한 뒤 발바닥의 물집을 살피고 있다. AP


‘돌풍’은 황제를 주저앉히지 못했다. 하지만 기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호주오픈은 한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일 뿐이다.앞으로 프랑스오픈(5월) 윔블던(7월) US오픈(8월)이 줄줄이 남았다. 정현(22·한체대·삼성증권 후원)의 도전은 이제 시작됐다

정현은 26일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전에서 로저 페더러(37·스위스·2위)에게 1세트를 내준 뒤 2세트를 2-5로 뒤진 상황에서 기권했다. 발바닥에 잡힌 물집에 발목을 잡혔다. 2세트 중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한 뒤 경기를 재개하지 못하고 포기했다. 호주오픈은 세계 4대 테니스 메이저대회 중 하나다. 정현은 이 대회 4강 진출만으로 한국 선수의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을 냈다. 상금 88만 호주달러(7악5500만원)도 확보했다.

상금에서도 한국 선수 최고액을 경신했다. 또 이형택(42·은퇴)이 2007년 기록했던 한국 선수 최고 랭킹 36위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성적·상금·순위에서 이미 한국 최고를 달성했다. 승승장구는 행운이 아니었다. 대진표는 수월하지 않았다. 1회전 상대 미샤 즈베레프(31·독일·35위), 2회전에서 만난 다닐 메드베데프(22·러시아·53위) 모두 정현보다 상위 랭커였다.

톱랭커도 있었다. 3회전에서 만난 알렉산더 즈베레프(21·독일)는 세계 4위다. 지금 세대 테니스계에서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14위)보다 강력한 상대로 평가된다. 정현은 즈베레프를 3대 2(5-7 7-6<7-3> 2-6 6-3 6-0)로 꺾었다. 클라이맥스는 16강전이었다. 자신의 영웅인 조코비치를 제압했다. 이런 정현에게 8강전에서 만난 테니스 샌드그렌(27·미국·97위)은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지난 24일 로드레이버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샌드그렌을 3대 0(6-4 7-6<7-5> 6-3)으로 격파했다. 그렇게 4강까지 한걸음에 내달렸다.

1905년 출범한 이 대회에서 남자단식 4강까지 진출한 아시아 선수는 1932년 사토 지로(일본)에 이어 86년 만에 처음이다. 정현에 앞서 한국 선수의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은 이덕희(65·은퇴)의 1981년 US오픈 여자 단식, 이형택의 2000·2007년 US오픈 남자 단식 16강 진출이다.

세계 랭킹에서는 이형택의 순위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정현이 작성했던 개인 최고 랭킹은 지난해 9월 44위다. 정현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3개 메이저대회가 남았다. 프랑스오픈은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10일까지 파리에서, 윔블던은 7월 2~15일 영국 윔블던에서, US오픈은 8월 27일부터 9월 9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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