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미 전국, 모래부족 아우성"...서부 100년만의 건설붐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에 건설중인 빌딩[NHK 캡처]

LA SF 등 가주, 대형 프로젝트 수두룩
유가상승 따른 셰일가스 개발도 영향 미쳐


미국 전역이 모래 부족으로 아우성이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서부지역의 건설호황 때문이다.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셰일가스 개발붐도 모래 부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미국 서부 해안지역의 건설러시는 미증유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NHK에 따르면 가동 중인 크레인의 수를 수치화한 크레인 지수의 경우 동부 뉴욕의 크레인 지수는 18, 워싱턴DC는 20인데 비해 서부의 시애틀은 58, 로스앤젤레스는 36, 포틀랜드는 32, 샌프란시스코는 22로 서부 해안지역이 단연 높다. 특히 로스앤젤레스에서는 1920년대 이래 근 100여 년 만에 가장 뜨거운 건설호황이 일고 있다. 다운타운에서 내려다보면 시야 가득 건설 중인 빌딩이 들어온다.

영화산업 중심지인 할리우드 외에 IT(정보기술) 기업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 샌프란시스코 등지는 올해도 호경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T와 엔터테인먼트, 금융 등이 이 지역의 호경기를 떠받치는 산업들이다.

캘리포니아주의 실업률은 미국 전국 평균과 거의 비슷한 4.3%지만 샌프란시스코만 놓고 보면 2.2%로 완전고용 상태다. 개발회사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나 사무실을 두려는 기업이 계속 늘고 있다. 전에는 교외의 넓은 부지에 체육관과 식당시설 등을 갖춘 회사가 인기였지만 최근에는 도회지에서 근무하고 싶어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직장 가까운 곳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도심회귀", "직장과 집 근접"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도심부에 맨션 건설붐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대형 상업시설과 맨션을 건설하는 부동산 개발회사의 켄 론버드 사장은 "사무실 수요와 주택수요가 모두 늘고 있어 경기가 매우 좋다"며 흡족해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모래가 부족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모래는 콘크리트 재료로서 빌딩 건설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건설회사 대부분은 그동안 주내 또는 인근 주에서 모래를 조달해 왔다. 그러나 환경보호의식이 높아지면서 해안이나 산을 허물어 천연 모래를 채굴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모래 공급처로 캐나다가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 서해안 밴쿠버에서 북서쪽으로 500㎞ 떨어진 곳에 있는 거대한 모래 채굴장에서 채굴하는 모래가 캘리포니아의 빌딩 건설현장에서 쓰이고있다. 이곳에서는 대형 중장비 7대가 하루 약 2만t의 모래를 채굴한다. 채굴된 모래는 불순물을 세척한 후 출하를 기다린다. 육로로 수송하면 비용이 높아지고 지구온난화 가스도 많이 배출하게 되기 때문에 이 회사는 채굴한 모래를 거대한 배에 실어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까지 운반한다.
 
밴쿠버 북서쪽 500㎞ 지점에 있는 '올커 샌드 앤 그라벨 모래 채굴장[NHK 캡처]

이 회사의 모래 판매가는 지난 1년간 30% 이상 올랐다. 현장 매니저인 타이슨 매케인은 "모래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생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셰일가스 개발붐도 모래 부족과 가격 상승을 거들고 있다. 원유가는 올해 1월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에 들어간 데다 세계적으로 원유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원유가가 오르자 미국 셰일가스 업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폐쇄했던 시추시설을 속속 다시 가동하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은 일반 원유보다 채굴비용이 많이 든다. 지하 깊은 곳에 있는 셰일층에 초고압으로 물을 집어넣어 틈(균열)을 만든 후 그곳으로 원유를 빼내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생겨난 균열이 막히지 않도록 많은 양의 모래를 집어넣어야 한다.

한 전문가는 "문이 닫히지 않도록 발로 누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유가 하락으로 채산이 맞지 않아 문을 닫았던 업자들도 원유가가 오르자 다투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셰일가스 업계가 모래 부족을 부추기고 있는 배경이다. 모래라면 사막에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사막의 모래는 입자가 너무 고와 강도가 부족해 콘크리트에 쓸 수 없다. 셰일가스 개발에도 못 쓴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중동 두바이에 있는 세계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 건설에 쓰인 모래도 멀리 호주에서 수입했다고 한다.

모래 불법채취가 횡행하자 수출금지조치를 취하는 국가도 나오고 있어 모래부족은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은 암석을 잘게 부숴 인공적으로 모래를 만들거나 건물 철거 때 나오는 콘크리트를 재활용하는 방법도 동원하고 있으나 모랫값이 올랐다고는 해도 아직은 천연모래가 싸게 먹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천연모래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