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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벗어나고 싶어? 그럼 예수 대신 시진핑 사진 걸어

중국 장시성 위간현의 마을 주민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벽에 걸고 있다. SCMP 홈페이지


중국 남부의 한 가난한 마을에서 수천명의 크리스천들이 예수의 사진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및 공산당 총서기의 사진으로 교체하고 있다. 빈곤 구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기독교가 아닌 당에 대한 믿음을 키워야한다는 지방 정부의 강요 때문이다.  

장시성 포양호 주변의 위간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1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00만명의 인구 중 11%가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위간현은 10% 가까이가 크리스천이다.  

지역 정부가 빈곤 퇴치 사업을 하면서 지역 주민들은 예수의 사진을 떼어 내고, 십자가나 다른 성화 등을 치우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예수의 사진이 있던 자리에는 시진핑의 사진이 걸려야 한다.

시 주석은 지난달 19차 당대회 보고에서 “2020년 중국 현행 표준 농촌 빈곤 수의 전원 빈곤탈출과 빈곤 마을의 전체 빈곤탈출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간현에서 공산당은 그동안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기독교와 ‘경쟁’을 해야 했다. 중국에서 기독교는 문화대혁명이 종료된 이후 40년 이상 동안 농촌과 도시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9000만명인 공산당원보다 기독교인이 많다.  

최근 지방의 한 SNS는 공산당 간부들이 위간현 황진부 마을을 찾아 당의 빈곤 구제 정책을 선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종교에 대한 믿음을 당에 대한 믿음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600여명의 마을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가지고 있던 성경과 그림들을 폐기하고 시 주석의 사진 453장으로 대체했다.  
중국 장시성 위간현의 마을 주민들이 십자가 등 기독교 관련 물건을 떼어내고 있다. SCMP 홈페이지

해당 기사는 온라인에서 사라졌지만 SCMP는 마을 주민들과 지방 관리들을 통해 관련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황부진 지역 전인대 위원장 치옌은 “지난 3월부터 관련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기독교 가정들에 공산당이 가난 퇴치를 돕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시 주석이 주민들의 행복을 위해 관심을 갖고 있는 지를 집중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빈곤 가정들은 가족의 병 때문에 가난에 빠져들었다”면서 “일부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예수를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병이 든 것은 물리적인 것이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당이고 시진핑 총서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황진부는 5000~6000 가구가 기독가정이고 전체 가구의 3분의 1 가량이다. 황진부 정부 측은 1000장 이상의 시진핑 사진을 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간현 다른 마을에 사는 류모씨는 “최근 몇 달 사이 주민들이 종교 관련 물건들을 치우라는 명령을 받았다”면서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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