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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 “美, 유네스코 탈퇴 계획…反이스라엘과 재정 때문”


미국이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 탈퇴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유네스코가 친(親) 팔레스타인 성향을 보였다는 것과 재정 부담을 더는 것이 주된 이유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몇 주 전에 유네스코 탈퇴 결정을 내렸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P에 따르면 친(親) 이스라엘인 미국은 유네스코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반(反) 이스라엘 성향을 보인다며 이에 항의하는 취지로 탈퇴를 계획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지난 7월 요르단 강 서안 헤브론 구시가지를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의 유산으로 등록했다. 지난해에는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에도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과 유대교 공동성지 관리 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은 유네스코 탈퇴로 재정 부담도 덜길 바라고 있다. 앞서 미국은 2011년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 연 8000만 달러(약 907억원) 이상의 유네스코 분담금을 중단했다. 그 결과 매년 미지급금이 불어나 지난 6년간 미국이 유네스코에 진 빚이 5억 달러(약 5665억원)을 넘었다. 틸러슨 장관은 이 출혈이 멈추길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탈퇴는 유네스코에도 큰 타격이다. 미국의 분담금 비율은 22%로 2~4위인 일본(9.7%), 중국(7.9%), 독일(6.4%)의 분담금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는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1984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소련 쪽으로 기운 이념 성향과 방만한 재정관리 등을 이유로 유네스코를 탈퇴했다가 2002년에 재가입했다.

FP는 미국이 이르면 다음주 초에 유네스코 탈퇴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유네스코가 이번 주 신임 사무총장을 선출한 뒤에 탈퇴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미국이 유네스코에 남길 바라고 있다. 오드리 아줄레 전 문화장관이 차기 유네스코 사무총장 유력 후보이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델라트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FP 인터뷰에서 “미국이 유네스코에 남길 바란다”며 “우리에게는 미국이 이 중요한 시점에 유네스코에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FP는 지난달 말 유엔총회에서 미국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 검토를 알렸다고 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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