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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이 말한 '북·미 대화채널’… ①최선희 ②박성이 ③뉴욕 '주목'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지난해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직 미국 정부 당국자들과의 비공식 접촉을 갖기 위해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냈다. 뉴시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과 2∼3개 대화채널을 열어 그들에게 ‘대화하고 싶은가’라고 묻고 있다”고 공개했다. 다음달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거친 말싸움 이후 북·미 간 직접 대화 사실이 알려지긴 처음이다. 어떤 루트를 통해 어떤 대화가 오가고 있는지 주목되고 있다.

◇ 틸러슨 “北과 블랙아웃 상태 아니다”… 국무부 “北, 별 관심 안 보여”

틸러슨 장관은 지난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의 대화 의지를) 살펴보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 우리는 (북한에) ‘대화를 하고 싶은가'라고 묻는다. 북한과 소통라인을 가지고 있다. 블랙아웃 같은 암담한 상황은 아니다. 두세 개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그들과 대화할 수 있고, (중국의 중재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대화를 한다. 자체 채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체적인 상황은 지금 다소 과열돼 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멈추면 상황이 많이 진정될 것이다. 모든 이들이 사태 진정을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나온 뒤 미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성명을 냈다. 그는 이런 대화채널을 통한 접촉에서 북한이 별다른 변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어트 대변인은 “우리가 북한정권 붕괴, 체제 변화, 한반도 통일 가속화, 비무장지대(DMZ) 이북에 대한 군사력 동원에 관심이 없다는 확언을 했음에도 북한 당국자들은 비핵화 대화에 관심이 있다거나 준비가 돼 있다는 어떠한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관이 대화채널의 존재를 공개하자 대변인이 그 채널에서 아직 별 성과가 없다고 밝히는 ‘어색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거친 말싸움을 이어오던 양측이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진의’를 탐색하는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는 게 처음 확인됐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뉴시스

◇ 북·미 대화채널… 최선희 움직임 주목 

틸러슨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북·미 대화채널을 언급하자 “중국의 중재를 통한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틸러슨은 “직접적으로”라고 답했다. 제3국을 통한 간접 접촉이 아니라 북한 당국자들과 직접 만나 말을 섞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대화의 수위를 짐작할 수 있는 발언도 했다. 그는 “(북한 측에) ‘대화하고 싶은가’라고 묻고 있다”고 했다. 본격적인 ‘협상’ 수준의 대화가 아니라 ‘의사 타진’ 차원에서 채널이 운용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대화의 북측 파트너로 가장 먼저 추정해볼 수 있는 사람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국장이다. 최선희 국장은 북한의 대미 외교 실무 책임자다. 지난 5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반민반관 ‘1.5트랙’ 접촉에도 참여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양국 간 직접 접촉에서 최 국장은 미국 측에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면 핵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 당국자는 한 국내 매체에 “5월 8일부터 이틀간 열린 대화에서 최 국장이 미국 측과 별도의 비공개 회의를 가졌고, 이 자리에서 핵과 미사일에 관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에서 토마스 피커링 전 유엔주재 대사와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특보가 참석했다. 회의를 마치고 북한의 입장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아사히신문은 “10월 중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북·미 간 비공식 접촉이 진행될 것”이라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5월과 비슷한 1.5트랙 대화가 다시 열리며 목적은 긴장 완화에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북한 측에선 최선희 국장을 보내려 하고, 미국 측은 그보다 직위가 높은 한성렬 외무성 부상이나 김계관 제1부상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선희 국장은 이 같은 반민반관 채널 외에도 관련국과의 정부 간 협의 테이블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6~29일에는 러시아에 갔다. 러시아 정부의 초청을 통해 이뤄진 자리였다.

최 국장은 북핵 6자회담 러시아 측 차석대표이자 한반도 문제 담당 특임대사인 부르미스트와 모스크바 시내에 위치한 외무부 별관에서 회담했다. 같은 날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아태지역 담당 외무차관과도 회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후 귀국길에는 기자들과 만나 “(회담 내용에) 만족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최 국장과 함께 박성이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도 미국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채널로 거론되고 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대학생 웜비어 송환을 위해 방북했던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박성이 차석대사 간에도 협의가 진행된 전례가 있다. 또 오슬로 대화와 유사한 반민반관의 뉴욕채널 역시 다시 복원됐을 가능성이 크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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