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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의 날’ 결의안... 채택까지 무슨 일이?

캘리포니아 주하원 65지구의 샤론 콱 실바 의원(오른쪽)과 박동우 보좌관이 한 행사에 참석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는 10월 20일 아리랑 축제장서
9월 8일 주하원, 15일 주상원 통과
표결참여 의원 만장일치로 수용

결의문, ‘비공식 국가로 불려’ 등
고향의 그리움을 담은 보편애 표현
68지구 최석호 의원 주공동발의로


 
한국 고전문화의 대명사인 ‘아리랑’을 기념하는 기념일 선포가 오는 10월 20일 미국에서 처음 개최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 하원의원 65지구 샤론 콱 실바(민주 풀러튼)의원과 68지구 최석호 의원이 주공동발의자 (Principle Co-Author)로 제안한 아리랑 데이 결의안(ACR 128)이 지난 8일 표결에 참여한 하원전원이 찬성해 주하원을 통과했다. 이후 지난 15일에는 공동발의자(Co-Author) 자슈 뉴먼(민주 풀러튼)의 주도로 상원에서 역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로써 오는 10월 19일부터 22일까지 부에나팍 더 소스 몰에서 개최되는 아리랑 축제기간 중인 20일을 ‘아리랑의 날’로 선포하게 된다.

미국 50개 주에서 처음으로 한국 전통 문화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리랑이 주정부 차원의 기념일로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날이다. 캘리포니아 의회에서 채택된 아리랑 데이 결의안(ACR 128)에는 △아리랑은 한국의 비공식 국가로 여겨지는 한국 민요라는 점 △지난 2012년 12월 유네스코의 무형문화 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점 △2013년 노래가사가 9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점 등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님을 떠나보내기 싫어하는 연인의 마음이 아리랑에 담겨져 있으며 한국의 지방에 따라 여러가지 버전으로 전해 내려오고, 고향을 떠난 사람들에게는 고향의 그리 움을 대변하는 노래로 전승되어지고 있다는 등의 자세한 설명이 포함됐다. 또 가주를 포함한 미주 한인들에게 불굴의 의지로 삶을 개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왔으며 오렌지카운티 한인축제재단이 오는 10월 부에나팍에서 아리랑 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라는 점을 들어 아리랑과 캘리포니아와의 관계를 강조했다.


♦ 은퇴한 미군들의 아리랑

아리랑 데이가 주 의회를 통과해 캘리포니아의 기념일로 선포되게 된 것에는 샤론 콱 실바 의원의 한인 보좌관인 박동우 보좌관(전 백악관 장애정책위원)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박동우 보좌관은 지난 7월 초 우연히 한 한인 일간지에 보도된 기사를 봤다. 평상시 꼼꼼하게 기사를 찾아보던 터라 그날도 한인 일간지를 뒤적였다. 이기철 LA총영사가 한국전에 참전한 미국 은퇴군인들이 있는 보훈병원을 찾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미군들이 아 리랑을 부르며 눈시울을 적시였다는 보도였다.

박동우 보좌관은 “그 기사를 읽고 머릿속에서 아리랑이 떠나지 않았다. 아리랑이 미군 은퇴군인들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무슨 사연이 있기에 가사도 제대로 모르는 아리랑을 부르며 함께 눈물을 흘렸을까라는 생각들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후 박 보좌관은 인터넷에서 다양한 자료를 찾았다. 의외로 아리랑에 대한 영어 자료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아리랑은 단순한 우리의 민요가 아니라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한국의 정, 한국의 얼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아리랑 안에 담겨있는 의미를 확인한 순간 ‘아 이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왜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 용사들이 아리랑을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을까 하는 궁금증이 풀렸다. 바로 아리랑이라는 노래 안에는 한국이 담겨져 있고 한국 국민의 정이 담겨있고,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동우 보좌관은 깨닫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렇게 뜻이 있는 아리랑을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서 기념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일을 행동으로 옮겼다.


♦ 내부 반대를 극복하며

“한국의 날이 매년 선포됨으로 한국에 대한 생각들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미주 한인들의 위상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 고전문화의 아이콘인 아리랑이 함께 기념된다면 케이팝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를 통한 한국의 정과 얼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시간들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아리랑 기념일을 만들기 위한 시도는 전혀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외부에서도 아닌 샤론 콱 실바 의원 사무실 내부에서 처음부터 발목이 잡혔다. 한국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비서실장에게 거부된 것이다.

처음엔 아리랑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다. 수 없이 많은 이메일과 설득이 있자 이번에는 결의안에 들어가는 문구를 어떻게 넣을 것이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한국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결의안 문구를 만들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박동우 보좌관은 두 주에 걸쳐 자료를 찾고 문구를 직접 만들었다. 두 주의 시간이 흐른 뒤 문구를 제출하자 이번에는 주하원의원이 연간 제출할 수 있는 결의안 쿼터 제한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최대 5개의 결의안 발의수가 이미 넘었다는 주장이었다.

박동우 보좌관은 “상원의원에서 결의안을 통과시킨 9월 15일 이후에는 올해 안에 의회가 소집되지 않는다. 의원임기와 선거 등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결의안이 책정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보좌관의 계속된 요구에 실장은 개인 결의안으로 하자는 중재안을 냈다. 하지만 의회에서 채택한 결의안과 한 하원의원의 개인결의안과는 의미와 중요도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박동우 보좌관은 마지막으로 샤론 콱 실바 의원을 설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아리랑축제재단의 정철승 회장과 함께 지난 8월 12일 풀러튼의 한 카페에서 샤론 콱 실바 의원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 보좌관과 정 회장은 은퇴군인들이 노래를 부르며 함께 눈시울을 붉힌 것과 아리랑에 담겨 있는 의미를 설명했다.


♦ 한인정서 이해해 줘 감사

대화를 나눈 실바 의원은 그 자리에서 올해 주의회 발의안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곧바로 그 일을 착수하기 시작했다. 그 후 한인 1세인 최석호 의원이 주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그리고 하원의회에서 누구보다 유창하게 아리랑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리고 그 아리랑이 캘리포니아와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삶의 동력이고 한국전에 참전한 용사들과 한국을 다녀간 많은 미군들의 보편적인 애환이 담겨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결과는 표결에 참여한 68명 하원의원 전원의 찬성. 9월 15일 상원의회에서 역시 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박동우 보좌관은 “상원에서 발의 안 결의를 이끈 쟈슈 뉴먼 의원은 한국에서 미군장교로 생활한 경력이 있어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의원이다. 발의안을 설명하면서 아리랑의 첫 소절을 불러 의미를 더하기도 했다”며 “타 민족 출신의 의원들이 아리랑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 준 것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박동우 보좌관은 “풀러튼을 포함해 샤론 콱 실바 의원의 지역구에는 많은 한인들이 살고 있고 계속해서 한인들이 유입되는 지역이다.

실바 의원은 지역 한인들을 중요한 커뮤니티 일원으로 생각하고 한인들의 편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마음이 이번 결의안 발의에서도 충분히 표현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보좌관은 또 “실바 의원은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밝히고 이를 백악관에 전달하기도 했다”며 “지역 한인들의 고향에 불행이 닥치면 이는 커뮤니티 전체의 불행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에 상정된 ‘아리랑의 날’ 결의안은 다음 날 새벽 5시가 넘어서야 통과됐다. 박동우 샤론 콱 실바 의원 한인 보좌관이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박동우 보좌관은…,

박동우 보좌관은 오렌지카운티에서 다양한 활동해 왔다. 지난 2000년대 초반 통신회사 AT&T에서 근무했을 때부터 수 십 년째 지역 한인들과 주류사회와의 다리 역할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박동우 보좌관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백악관 장애정책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지난 2007년부터 2015년까지는 가든그로브시 도시계획위원회 커미셔너로 활동한 바 있다. 이와 함께 OC 교통국 자문위원, 노인국 커미셔너 등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OC한우회 회장, 부에나팍 경찰국장 한인 자문위원, 시니어 어드바이저 커미셔너, 18기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봉사하고 있다. 박동우 보좌관은 “영어에 불편함이 없는 한인들이 지역시의 커미셔너 활동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주류사회에 한인들이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은 크건 작건 커뮤니티 일에 자주 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정호 기자 jhshin@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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