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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어마’에 대기하다 ‘즉흥 결혼식’ 올린 공군 커플

AP뉴시스

“군인의 임무가 우선이었다.” 

미국 플로리다 주방위 공군 소속 응급구조요원 로런 더햄(24)과 마이클 데이비스(26)는 16일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5년째 교제해 온 이들은 플로리다주의 잭슨빌 해변에서 가족·친지를 불러 야외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예기치 않은 허리케인 '어마'가 플로리다로 상륙하자 이들은 결혼식을 취소하고 이재민 구호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재난 지역 파견을 앞두고 대기 중이던 이 커플은 올랜도 오렌지카운티 컨벤션센터의 대형 창고에서 군복 차림으로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 웨딩드레스나 턱시도를 차려입지 않은 이들의 '결혼식장'에는 구명보트가 쌓여 있었다. 미 전역에서 모인 수백명 구조대원이 이들의 하객이 되어 결혼을 축하했다. 

이들의 즉흥 결혼식은 절친한 동료의 가벼운 제안에서 시작됐다. 아침 식사를 하던 중 한 동료는 “여기서 결혼식을 하면 어때?”라고 물었고, 오랜 동료들과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군인들이 예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구호 장비를 한쪽으로 치우고 접이식 의자를 폈다. 누군가 부케를 만들어 와 건네기도 했다. 두 사람의 절친한 동료는 주례를 맡았다. 

신랑 신부는 이미 결혼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상태였다. 신부 더햄은 “공주 같은 드레스를 사뒀다”며 넌지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허리케인 구조가 언제까지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결혼식을 마냥 미룰 수도 없었다. 이미 플로리다는 초토화된 뒤였고 군인의 임무가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더햄과 데이비스는 “사전 예고도 없이 구호 장비 가득한 창고에서 결혼식을 올려 가족들이 놀라겠지만, 즉흥적으로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이해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결혼식을 이유로 임무를 면제받을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스는 “사적인 일보다 군인의 임무가 먼저”라며 “훗날 자녀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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