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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낳은 김정은 부부, 왜 자녀를 공개하지 않을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아내 리설주가 지난 2월 셋째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29일 "리설주가 올해 2월 셋째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보인다는 국가정보원의 보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리설주의 셋째 출산이 정보 당국에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 외에는 관련 정보가 없다. 아이의 성별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다. 김정은 부부의 세 자녀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북한은 김정은의 자녀를 ‘직접적으로’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국정원에 따르면 2009년에 결혼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은 부부는 세 자녀를 두고 있다. 2010년 여름에 첫째 아이를 낳았고, 2013년 1월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고 알려져 있다. 첫째와 둘째도 외부에 알려진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공개한 사실은 없다. 그저 떠도는 소문과 추측이 주를 이룬다. 

첫째 아이는 딸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 성별, 이름, 나이 등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둘째 아이만 북한에 초대됐던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을 통해 이름과 성별이 공개됐다. 그마저도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은 아니었다. 로드먼이 북한에 다녀와 김정은의 둘째 아이는 ‘김주애’란 이름의 딸이라고 언급했다. 


 
◇ 베일에 가려진 북한 로열패밀리 

북한은 절대 권력이 3대에 걸쳐 세습되고 있는 독재국가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일가를 ‘백두혈통’이라고 부른다. 이들의 위상은 왕실이나 황족을 일컫는 말인 ‘로열패밀리’와 다르지 않다. 

북한의 로열패밀리는 의·식·주 전 영역에서 다른 특권층과 비교할 수 없는 호화로움을 누린다. 그러나 세습구도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북한 지배층의 특성상 이들의 삶은 철저히 통제되고 비밀에 부쳐진다. 독재자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돼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로열패밀리 구성원이 대외적으로 부각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탈북 후 남한으로 망명했다가 1997년 북한 특수공작조에 암살당한 이한영(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조카)씨는 생전에 남긴 수기에서 북한 로열패밀리의 생활을 ‘화려한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경향은 김정일-김정은 시대에 와서 더 심화됐다. 김일성과 김정일 모두 여자관계가 복잡했기에 김씨 일가의 구성원이 더 많아지고 다양한 방향으로 분화됐다. 심지어 직계가 아닌 가족은 ‘곁가지’로 분류되고 있다. 

◇ 김정은 부부의 자녀들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 

김씨 일가의 가족 구성원이 베일에 싸여 있는 건 안정성 있는 세습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후계자 선정은 특히나 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은 북한을 통치하던 17년 동안 배우자는 물론 자녀들까지 철저히 통제했다. 후계자인 김정은도 2010년 말에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탈북한 태영호 전 주영(英) 북한 공사는 그해 1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베일에 가려진 북한 지배계층의 모습을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김정은의 존재를 아는 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며 “나도 몰랐다”고 말했다.

김정은 부부의 자녀들은 앞으로도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을 올해 2월 암살하면서 김정은의 형제는 친형 김정철과 친동생 김여정을 비롯해 이복 누나인 김혜경, 김설송, 김춘송 등 6명이 남아 있다. 그러나 김정은과 이들 형제 사이의 관계에 대해선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이들 가운데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아 김정은의 최측근 역할을 하는 김여정을 제외하면 나머지 형제들은 '얼굴 없는 존재'가 됐다. 우리 정보 당국은 김정철이 북한의 철저한 감시 아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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