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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신앙을 정리하는 자습서가 됐으면 합니다”

정은표 목사는 은퇴 후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하나님의 일을 계속하고 싶었다. 그리고 기도 중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바로 무료 신앙 월간지를 내는 것이다. 정 목사가 개혁신앙을 출판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출판을 시작한 개혁신앙은 6월 1일자로 55호를 발행했다. 월간 개혁신앙과 부록들.
 
오렌지카운티 지역의 몇몇 한인마켓을 지나다보면 때로 개혁신앙이라는 소책자형태의 잡지를 볼 수 있다. 표지가 칼라로 된 100여 페이지의 책자에는 기독교 교리에 대한 설명부터 교회의 선교역사, 때로는 신앙 잣대로 직면한 사회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등이 조목조목 설명되어 있다. 부록으로 나오는 두 권의 책에는 신앙생활에 필요한 지침에서부터 현대사회 이슈들을 바라보는 신앙적 기준까지 제시한다. 부록까지 전체를 읽고 나면 조직신학과 역사신학, 실천신학 등  잘 만들어진 커리큐럼이 있는 신학대학 수업을 듣고 난 기분이다.

훌륭한 분들은 따로 있어

“난 단지 여기저기 흩어진 글들을 모아 하나로 모은 것뿐입니다. 정말 훌륭한 분들은 그 글들을 쓴 여러 신학자들이죠. 무언가 도움 되는 일을 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하는 것이 그분들에게 누가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울 뿐입니다” 4년여 동안 한 달도 빠지지 않고 책을 만들어 온 발행인 정은표 목사가 인터뷰를 청하자 가장 먼저 한 말이다. 그리고 몇 번의 설득 끝에 책을 만들어 무료로 나눠주게 된 긴 사연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매월 발행되는 개혁신앙은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지가 칼라인 메인 잡지와 페이지 수가 그보다 작고 표지가 흑백인 2권의 부록 이다. 이들 세권이 하나의 묶음으로 매달 500여권이 발행된다.

“400여권은 교회나 목회자들에게 우편으로 발송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100여권은 인근에 있는 한인마트에 비치해 두고 필요한 분들이 가져 가게하고 있죠. 이전에는 배포를 도와주시던 분이 계셨는데 사정상 더 이상 도움을 받기 어려워 지금은 아예 배포지역을 좀 줄인 상황입니다.” 통상적으로 월간 개혁신앙을 만들어 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20여일. 잡지의 내용을 무엇으로 할지, 글을 어디서 발취할지, 사회이슈는 어떤 것을 다룰지 등부터 우편
으로 독자들의 손에 주어질 때까 지 모든 과정에 필요한 시간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정은표 목사와 사모 단둘이서 진행한다. 잡지의 내용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고  원고작업을 하고, 표지를 어떻게 사용하지도 고민하고 이를 디자인해서 한 권의 잡지가 만들어 진다. 그리고 책이 만들어지고 난 후 우편으로 발송하기 위해 독자들의 주소가 담긴 라벨을 프린터하고 봉투작업을 한 후 우체국에 보내는 일까지 모두 100% 가족출판이다. “한때는 1200부까지 만들어서 배포한 적이 있어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집에 복사기를 구입해서 작업하고 제본까지 저희 부부가 모두 하고 있답니다. 처음엔 열정으로 시작했지만 차츰 견디어 내지를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 부수를 줄이고 큰 욕심을 내지 않기로 한거죠.”

월간지 발행을 위한 비용도 개인이 내고 있다.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은 우편 발송비다. 매월 400여 달러를 사용한다. 매월 6박스의 레러 사이즈 종이를 구입하는 비용, 그리고 또 복사기 토너, 제본을 기계 부품비, 노후된 기계들 때문에 발생되는 서비스 비용까지 월 1000여 달러 이상이 든다. 몇몇 뜻있는 목회자들과 교회에서 단발성 후원을 하지만 극히 일부분이다. 가장 큰 후원자는 정목사의 딸이다.

아브라함 카이퍼

정은표 목사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은 무엇보다 잡지 내용이다. 한국에서부터 출판일에 관여해와 한 편의 글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정 목사는 더욱 잡지에 실리는 글에 신경을 많이 쓴다. 정 목사가 가지고 있는 편집기준은 크게 3가지다.

가장 먼저, 소개될 글이 올바른 성경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방법이 성경적인가를 본다. 그리고 두 번째는 개혁주의적인 신앙과 신학의 입장에 서있는가? 세 번째는 올바른 기독교 역사성을 지키고 있는가를 본다. 마지막으로 사회의 이슈를 위의 세 가지 기반에서 바라보고 있는가 등이다. 정 목사는 “다양한 교단들이 있고 교리가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개혁주의적인 신앙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특히 아브라함 카이퍼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신학이 책장이나 서재에만 가둬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함께 숨을 쉬어야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에서 논문을 보고 사회이슈도 바라보게 되는 거죠.”

이런 정은표 목사의 편집기준은 회를 거듭할수록 약간씩의 변화를 추구했다. 처음에 단순히 개혁 신학적인 입장에서 신앙교리를 설명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동성애가 연방대법원에서 합법화 된 후에는 사회적인 이슈를 성경적인 시각에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부터 부록을 만들어 기독교 가치관으로 어떻게 사회를 볼지를 설명해 왔다.

신앙 정리위한 교육필요

정은표 목사가 지난 2013년부터 계속해서 잡지를 만들어 온 궁극적인 이유는 한가지다. 교회를 섬기는 한인들의 신앙이 깊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인들은 이동이 많은 이민교회의 특성상 교회에서 조직적으로 깊이 있는 신앙교육을 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인가 그 대인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정은표 목사는 “한국에서와 미국에서 40여 년 동안 목회를 해왔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목회의 큰 차이점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깊이 있는 신앙교육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공부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 만큼 생활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이동이 많기 때문이죠” 라고 지적했다.

한인들의 삶이 이렇다보니 상당 수 많은 한인들이 여기저기서조 금씩 교육을 받아왔다. 하나님, 성경, 교회, 기도 등 들은 정보는 많아도 이를 정리하지는 못한 상황이 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신앙이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 황에서 시간이 지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교회에서 직분을 얻게 되고 교회 일에 관여하게 되는 것이 상당수 한인 기독교인들의 모습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스스로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어주자는 생각에서 잡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배우고 자란 신앙이 장로교회인 만큼 자연스럽게 개혁주의 적인 입장에서 잡지를 만들게 된거죠”

진리의 등대, 개혁신앙

정은표 목사가 부인과 단 둘이서 월간지를 편집해 낼 수 있는 것은 정 목사가 한국의 충현교회를 섬기면서 지난 1972년부터 발행된 월간 충현을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미 후에는 친구를 도와 비영리단체의 소식지를 만들기도 하고 교회를 목회하던 중에는 32 페이지짜리 주보를 만들어 신앙교육교재로 사용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교회를 섬기면서 행정가로만 활동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심방하고 말씀을 전하는 것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1984년 미국에 올 수 있는 기회가 됐고 교육목사로 일을 시작한 것이 미국에서 은퇴까지 하게 됐습니다.”

교육목사로 시작된 정은표 목사의 미국 목회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교회를 두 번이나 개척하고 아이다호에서는 교회를 건축하기도 했다. 건축과정에서 어려운 시기를 다 지내고 나서는 하나님과의 약속 때문에 과감하게 교회를 사임하고 다시 캘리포니아로 되돌아왔다. 2012년 정은표 목사는 소속되어 있는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 (KAPC) 남가주 노회 은퇴목사로 목회 현장에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다음해인 2013년 비영리단체인 현재의 ‘빛과 소금 미디어’를 설립해 ‘진리의 등대’라는 이름으로 월간지를 창간했다.

그 후 2014년 12월부터는 ‘개혁신앙’으로 제호를 바꿔 출판하기 시작했다. 정은표 목사는 “월간지를 통해 단 한 사람이라도 올바른 기독교 신앙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책을 만들기 위해 다시 신학을 공부하고 정리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과거엔 몰랐던 부분들도 다시 확인하게 되고요. 바람이라면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이일을 계속 했으면 합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즐겁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보람도 되고요”라며 말을 맺었다.

신정호 기자 jhshin@kukmin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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