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이민 비자’ 최소 금액 3배 인상 추진




미국 의회가 최소 50만 달러(약 5억5650만원)를 투자하면 그린카드(영주권)를 발급했던 비자 프로그램 ‘EB-5’에 대해 최소 투자금액을 3배까지 올리는 안을 논의하자 중국 부호들이 개정 전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현행 EB-5가 다음 달 28일 만료되면 절차가 까다로워질 전망이어서 투자이민을 원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의회가 EB-5의 최소 투자금액을 135만 달러(15억255만원)까지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비자 대행업체가 호황을 맞았다. 베이징에 있는 투자이민 신청 대행업체 캔리치의 주디 가오는 “다음 달 28일 전까지 비자 신청서를 제출해 달라는 요구가 쏟아져 업무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는 900개가 넘는 비자 신청 대행업체가 있다.
 
중국에서만 지난해 EB-5를 통해 7500여명이 그린카드를 받았다. 이는 전체 EB-5 비자 승인 건수의 85%를 차지한다. 로젠컨설팅앤드아시아소사이어티에 따르면 미국은 EB-5로 일자리 20만개를 창출하고 중국에서만 140억 달러(15조5820억원)를 유치했다.
 
여기서 발생한 투자금은 주요 도시로 흘러 들어간다. 뉴욕 허드슨야즈와 뉴저지 트럼프타워도 EB-5의 투자금을 받은 케이스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가족은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사무용 건물을 증축하기 위해 중국 안방보험그룹과 EB-5 투자자들로부터도 8억5000만 달러(9460억5000만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EB-5 이민자들에게 수익률이나 위험성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2013년 뉴욕 센트럴파크 근처 EB-5 프로젝트에 투자한 상하이 출신 키빈 타이는 지난달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는 자택을 담보로 홍콩은행에서 50만 달러를 대출받아 투자했다. 타이는 “목적이 영주권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률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규제는 장애물이다. 중국에선 한 사람이 1년에 최대 5만 달러(5565만원)까지 환전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일부 에이전트에서 자금을 지인 계좌로 쪼개 받도록 ‘돈세탁(Smurfing)’ 수법을 유도하기도 한다. 블룸버그는 “현재 중국 당국이 자본유출 통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외부 리스크가 발생하면 더 다양한 방법으로 급격한 자본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인들도 매년 수백명씩 EB-5를 획득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260명이 이 프로그램으로 그린카드를 발급받았다. EB-5는 당초 지역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부유한 중국인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면서 정치권의 반대가 잇따랐다. 여기에 투자이민을 빙자한 사기사건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기준 EB-5 비자를 가장 많이 발급받은 국가는 중국, 베트남, 한국 순이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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