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포상관광 취소… 中 유더그룹 1만2000명도 “한국 안가”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여행 전면금지 조치를 내린 뒤 실제 단체관광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라 관광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5일 한국관광공사와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벌써 단체관광을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화장품 제조·판매사 코우천 그룹은 오는 4월 17∼21일 인천에서 기업회의를 열기로 돼 있었다. 임직원 4000명에게 포상관광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었지만 방한계획을 취소했다. 화장품·건강보조식품 판매업체인 아오란도 지난해 ‘올해 인천을 재방문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을 인천시와 체결했지만 일정이 협의되지 않고 있다. 아오란 임직원 6000여명은 지난해 3월 월미도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치맥 파티를 즐겼다.
 
중국 의료기기업체 유더그룹도 이달 중 인천에서 기업회의 개최를 추진하다 4월로 연기했으나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유더그룹 기업회의에는 임직원 1만2000명이 참석 예정이었다. 중국 산둥성 공무원과 여행업 관계자들이 이달 중 경북 문경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무기한 연기됐다. 중국 정부는 15일을 기점으로 한국 여행 금지령을 내렸지만 씨트립과 취날왕, 투니우(途牛) 등 현지 대형 여행사들은 이미 한국 여행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압도적인 국내 면세점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아직은 단체관광객을 매장에서 볼 수 있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관광 상품을 팔지 말라’고 현지 여행사에 지침을 내린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 이후에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 쇼핑은 중국기업들의 포상관광 주요 코스였다. 면세점들은 이들을 겨냥해 시설을 대형화했다. 2016년 정식 오픈한 HDC신라면세점은 대형버스 주차장을 비롯해 500여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단체 관광객 전용식당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현재 10개의 시내면세점이 영업하고 있고, 현대백화점면세점(무역센터점)과 신세계DF 센트럴시티점 등이 오픈하면 13개가 된다. 2015년 6개였던 시내면세점이 2년 만에 배 이상 늘어나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이 상태에서 면세점의 ‘큰손’인 중국 단체 관광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극심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면세점이 ‘그룹 예산 잡아먹는 하마’로 바뀔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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