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귀요미’ 산업 효자 됐네

직장인 김경미(26)씨는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눌 때 꼭 이모티콘을 쓴다. ‘부장님’이 함께 있는 회사 대화창에서도 마찬가지다.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내용에 딱 어울리는 이모티콘을 쓰려고 이모티콘 목록을 자주 들여다본다. 친구가 띄운 이모티콘이나 아예 새로운 이모티콘을 사려고 ‘이모티콘 숍’을 들락거린 적도 많다. “맘에 쏙 드는 이모티콘을 사면 기분까지 좋아진다”는 김씨는 얼마 전 자주 쓰는 이모티콘 캐릭터 ‘라인’이 그려진 카드 지갑도 샀다. 

‘스마트폰 속 작은 그림’ 이모티콘은 스마트폰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국내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에 캐릭터형 이모티콘이 도입된 지 불과 5년여 만의 일이다. 이모티콘은 더 이상 스마트폰 속에만 있지 않다. 스마트폰 밖으로 나와 일상생활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모티콘 사용량과 유료 구매자 수, 이모티콘 캐릭터 제품 매출 등은 상상 이상이다. 

국내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가 캐릭터 이모티콘을 선보인 것은 2011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카오의 카카오프렌즈와 네이버 계열사 라인의 라인프렌즈는 캐릭터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디자이너가 창작한 고유 캐릭터에 다양한 표정과 행동을 입힌 한국형 이모티콘은 금세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모바일 메신저 사용이 확대되면서 이모티콘은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스며들었다. 지난해의 경우 하루 평균 1000만명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사용했다. 매월 발신되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20억건에 달한다.

일본과 태국 등 해외에서 더 많이 쓰는 네이버 라인의 경우 하루 평균 4억700만건의 이모티콘(스티커)이 전송됐다. 국내외 라인 사용자가 매월 120억개 이상의 스티커를 주고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공짜로 제공되는 이모티콘 외에 별도로 비용을 주고 구입하는 이도 크게 늘었다. 지난 5년간 1400만명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구매했다. 지난해엔 역대 최대인 400만명이 이모티콘을 신규로 구매했다.

이모티콘 매출의 특징은 스스로 쓰기 위한 구매보다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한 구매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2일 “연말이나 기념일에는 전체 이모티콘 구매자 중 선물하기가 40%까지 늘어난다”며 “2000∼3000원의 부담 없는 지출이지만 만족도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라인프렌즈는 스티커 구매자 수를 따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스티커 관련 매출이 포함된 ‘커뮤니케이션’ 분야 매출이 2년째 700억원대에 달한다. 

사용자와 구매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다보니 이모티콘은 캐릭터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캐릭터와 라이선스 사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자 카카오와 네이버 라인은 아예 관련 업무 기업(카카오프렌즈·라인프렌즈)을 자회사로 독립시켰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카카오프렌즈가 포함된 기타 부문 매출은 90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7.9%나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프렌즈 홍대점은 지난해 12월에만 35억원어치의 캐릭터 제품을 팔아치웠다. 하루 최대 매출은 2억2000만원이다. 카카오프렌즈는 국내에서 이 같은 매장을 16개 운영한다.

네이버 라인은 라인프렌즈가 포함된 기타 부문 매출이 지난해 4분기 40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2.9% 늘었다. 라인프렌즈 매장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홍콩 등 10개국에 32개가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서울 이태원이나 명동에 있는 라인프렌즈 매장에 가보면 캐릭터로서의 라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 이들은 자국 내 규제로 라인 메신저를 사용할 수 없지만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구입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지난달 28일 이태원 매장에서 만난 한 중국인 관광객은 “우연히 매장에 들렀는데 캐릭터가 너무 귀여워서 인형과 볼펜을 샀다”고 말했다. 

라인프렌즈 측은 “지난해 국경절(10월 1∼7일) 중국인 관광객이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중국 국영 신용카드로 결제한 제품 중 결제 건수 3위가 라인프렌즈 캐릭터였다”며 “2014년 중국 설 명절인 춘제(春節) 기간에는 결제 건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이용자가 많은 라인의 캐릭터는 해외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이 대세다. 라인프렌즈는 스웨덴 왕실 도자기 브랜드인 구스타프베리와 독일 만년필 브랜드 라미, 일본 보온병 써모스, 미국 가방 브랜드 쌤소나이트,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 등에 자사 캐릭터를 그려 넣었다. 

이모티콘 캐릭터가 패션 잡지의 표지모델로 발탁되거나 팬들을 모아놓고 캐릭터 생일파티를 열기도 한다. 캐릭터 ‘브라운’과 ‘코니’는 외교통상부가 위촉한 해외 안전여행 명예외교관이기도 하다.

라인프렌즈 캐릭터는 TV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도 변신했다. 1년여 동안 일본 방송 ‘TV도쿄’에서는 라인프렌즈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직장과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두 가지 종류의 만화영화가 방영됐다. 라인프렌즈 관계자는 “황금시간대인 저녁 6시30분에 라인프렌즈 애니메이션이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며 “이후 같은 방송이 말레이시아와 태국, 대만에서도 방영됐다”고 말했다. 

캐릭터산업이 성장하면서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들의 창업 공간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다양한 작가들이 뛰어들면서 2011년 11월 6개 창작물로 시작했던 카카오톡 이모티콘 종류는 지난해 4800여개로 무려 800배나 늘었다. 작가들 중에는 10억원 이상의 누적 거래액을 기록하는 이도 적지 않다. 아예 이모티콘만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작가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저 10대들의 놀잇감 정도로 여겨졌던 이모티콘이 당당한 창업 아이템으로, 새로운 한류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학 재학하며 활동 중인 이민주씨 "손그림 재능 있으면 이모티콘 작가 도전해볼만"

동덕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4학년 이민주(23·사진)씨는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 중이다. 2014년 7월 사진 위주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5분 정도 끼적거린 그림을 올렸을 땐 지금의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다.

이씨는 대학 3학년이던 지난해 8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이모티콘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출시했다.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에 소개된 이모티콘의 파급력은 셌다. 이모티콘 출시 이후 "함께 삽화 작업을 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작가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이후 이씨는 통신사 'LG유플러스'와 인터넷 서점 'YES24'에 삽화를 그려줬다. 최근 재개봉한 영화 '델마와 루이스' 포스터도 이씨의 손을 거쳤다. 문화 잡지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인터뷰도 제법 실렸다. 이씨는 "그림을 그려 버는 돈의 30∼40%가 이모티콘 판매 수익으로부터 나온다"고 귀띔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이씨의 그림을 받아보는 사람은 5만명이 넘는다. 이씨는 "제가 느낀 행복의 순간을 그림에 담은 건데, 다른 사람들이 저 개인적인 그림을 각자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신기하다"며 "제 이모티콘을 카카오톡에서 써본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찾아와 '이모티콘 잘 썼다'고 반응할 때 감동한다"고 했다.

이씨는 손그림에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이모티콘 작가에 도전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상대적으로 작은 그림이어서 부담 없이 그려볼 수 있다"며 "제 그림도 손으로 그려 컴퓨터로 간단하게 보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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