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교회 무너진다”… 출향성도들 마음 모아 다시 세웠다

백종현(앞줄 왼쪽 네 번째) 명량교회 목사와 안영환(다섯 번째) 명신회 회장 등 명량교회 성도와 명신회 회원들이 11일 전북 김제 교회에서 열린 새 예배당 헌당예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명신회 제공


새 예배당과 사택 전경. 명신회 제공


벌써 54년 전의 일이다. 당시 전북 김제 명량교회 예배당은 성도들의 손으로 완성됐다. 산 중턱 암반을 깨고 교회를 지어야 해서 어른들은 손수레로 자재를 옮겼고 학생들은 산 입구부터 줄지어 빨간 벽돌을 날랐다. 손이 까지고 피가 났어도 찬양을 부르며 했던 공사는 힘든 줄을 몰랐다. 완성된 교회는 그야말로 ‘반석 위에 지은 교회’였다.

그런 교회도 세월 앞에 조금씩 허물어졌다. 지붕에는 비가 샜고 겨울엔 너무 춥고 여름엔 너무 더웠다. 200명 넘게 모이던 성도도 어르신 30여명만 남았다. 하지만 명량교회에서 복음의 은혜를 입은 출향교인들은 엄마 품 같은 모교회를 잊을 수 없었다. 명량교회 출신 성도들이 모인 명신회(회장 안영환 원로장로)가 고향에 새 예배당을 선물하고 11일 헌당예배를 드렸다.

출향교인들이 기억하는 명량교회는 말씀이 살아있는 교회였다. 그 작은 교회에서 배출한 목회자만 46명(목사 35명, 전도사 11명)이나 된다. 안영환(71·전성교회) 장로는 “명량교회는 목사님들의 은혜로운 설교와 선후배 사이 끈끈한 정이 있던 교회였다”며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한 이도 많았지만 명신회 이름으로 꾸준히 모임을 가졌고 교회에 필요한 승합차 등을 선물하는 등 모두 교회에 애정이 깊었다”고 설명했다.

반세기 넘게 이어온 고향 교회에 대한 ‘찐사랑’은 예배당이 점점 낡아질수록 명신회 회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회의 끝에 2019년 교회에 새 예배당을 지어주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안 장로는 “느헤미야가 고향의 무너진 성벽을 재건했던 것과 같은 사명감이 우리 마음속에 피어났다”며 “교회학교 시절 즐거운 마음으로 예배당을 지었던 것을 떠올리면서 다시 교회 건축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예상 공사비 7억여원은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다. 회원들은 십시일반 공사비를 갹출해 헌금했다. 먼 미국에서 2억8000만원을 보낸 성도도 있었고 회갑잔치 비용, 코로나19 긴급생활지원금, 성지순례 비용을 기꺼이 내놓은 이들도 있었다.

나승률(73) 은퇴목사는 은퇴 후 어린이집 승합차를 운전하며 받은 월급 2년 4개월치를 몽땅 헌금했다. 나 목사는 “고등학생 때 부모님을 여읜 나와 어린 여동생에게 명량교회는 따뜻한 집과 같았다”며 “월급이 나와 내 동생을 키워준 교회의 예배당을 짓는 데 사용된다고 생각하니 일하는 게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명량교회 어르신들도 쌈짓돈을 모아 4000만원을 공사비에 보탰다.

13개월의 공사를 마치고 명량교회는 200㎡(약 60평)의 예배당과 100㎡(약 30평)의 사택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헌당예배는 마치 동창회 같은 축제 분위기였다. 명신회 회원들과 명량교회 성도 2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몇십 년 만에 얼굴을 마주한 이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몰라보게 달라진 고향 교회를 보며 감회에 젖었다. 올해는 명량교회 설립 100주년이 되는 해라 의미는 각별했다.

백종현 명량교회 목사는 “어르신들이 새 예배당을 보며 감동을 많이 받으셨다. 지역주민에게 떡도 돌리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며 “고향을 잊지 않고 예배당을 선물해준 명신회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앞으로 지역에 더 좋은 교회로 남도록 복음 전파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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