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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은 전기차 블루오션”… 완성차업계, 인프라부터 깐다



완성차 업체들이 동남아시아 국가와 인도 등을 상대로 전기차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전기차 보급률이 낮은 시장을 선점하려면 당장의 전기차 투입 만큼 기반시설 보급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자동차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력해 현지에 전기차 충전소를 세우고 있다. 고속도로, 판매점, 쇼핑몰 등이 대상이다. 전기차 정비인력 확충에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서 유일하게 자동차학과가 있는 싱가포르 기술교육원(ITE)과 전기차 정비인력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우수 학생을 선발한 뒤 한국에 초청해 전기차 정비교육을 한다.

상대적으로 전기차 전환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이 인도 전기차 시장의 공략 카드로 주목하는 것도 충전 인프라다. 일본은 충전기 표준을 담당하는 조직인 ‘차데모’(CHAdeMO)를 중심으로 인도표준초안위원회와 충전기 표준을 협의 중이다. 일본 완성차 업체가 생산한 전기차를 인도에 수출했을 때 별도 커넥터 없이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베트남의 테슬라’로 불리는 빈페스트는 현지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소 설치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현재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의 전기차 점유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여전히 이륜차를 선호하고 전기차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완성차 업체들이 인프라 구축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선진국에 쏠려 있는 전기차 보급을 개발도상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인도에서도 ‘전기차 불모지’를 벗어나려는 의지가 강하다. 베트남 자동차생산협회(VAMA)는 2050년까지 100% 전기차 전환을 위한 3단계 로드맵을 세웠다. 태국은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 생산량에서 전기차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산업계에서는 최우선 해결 과제로 충전소 구축을 꼽는다.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아세안 국가들이 2030년까지 전기차 목표를 달성하려면 적어도 13만5000개의 충전소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금의 30배가 넘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31일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중동 남미 등 이른바 신흥시장에 전기차 보급이 덜 됐다는 건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 시장을 공략하려면 당장 전기차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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