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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동네의원 고혈압·당뇨환자 돌봄… 스마트폰 앱이 도우미될까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참여한 동네의원 의사(왼쪽)가 웹 프로그램 운용과 케어플랜 수립, 환자 관리 등에 대해 설명듣고 있다. 오른쪽은 만성질환자가 혈압계 등 디바이스와 연동되는 스마트폰 앱 작동법을 배우는 장면. 강북삼성병원 미래헬스케어추진단 제공



 
복지부, 4년째 ‘만관제’ 시범사업
수가 등 이견 본격 추진은 미지수
케어코디네이터 고용 등 과제도

고혈압을 오래 앓아온 이모(63·서울 관악구)씨는 큰 병원 대신 집 근처 가정의학과의원에서 혈압 관리를 받고 있다. 제공받은 혈압계로 매일 집에서 혈압을 재서 그 수치를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동네의원 의사에게 전달하고 약물복용 이행이나 생활습관 개선 여부를 점검받는다.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은 스마트폰에 깔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혈압을 유지·관리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스스로 측정한 혈압 수치가 스마트폰 앱에 자동 연계되고 의사의 PC로 바로 전송돼 모니터링받는 방식이다. 운동·영양 등 건강정보도 앱을 통해 얻는다. 이씨는 “초반엔 혼자서 혈압 재고 스마트폰에 기록하기가 어려웠으나 습관이 되니 편하게 할 수 있어 건강관리에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3개월간 혈압(159.5/91.0→137/82.5㎜Hg), 중성지방(115→99㎎/㎗) 등 건강지표 개선을 경험했다.
 
내년 7월 만성질환관리제 본사업?

이씨는 2019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일(1)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일명 만관제)’에 참여해 왔다. 지역 주민의 건강상태와 질환을 잘 아는 동네의사 도움을 받아 자기 주도적으로 고혈압·당뇨병을 관리받도록 하는 것이다. 적절한 관리가 없으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만성질환 관리는 환자가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동네의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보건복지부는 동네의원 중심의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만성질환 관리체계를 구축하고자 만관제 시범사업을 4년째 시행 중이며 내년 7월 본사업 전환을 앞두고 서비스 모델을 가다듬고 있다. 다만 참여 의원에 지불되는 수가(서비스 대가), 환자의 본인부담률 책정 등을 놓고 의료계와 이견을 보여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9월말 기준 전국 109개 시·군·구에 3742개 의원이 만관제 시행기관으로 선정됐으나 실제 환자 등록이 이뤄진 곳은 2569곳(의사 3475명)이다. 약 54만명의 환자가 참여하고 있다. 의사가 참여 환자를 대상으로 문진, 신체검사·생활습관 조사를 진행해 개인별 맞춤 돌봄계획을 짜고 ‘케어코디네이터(간호사·영양사)’와 협력해 혈당·혈압 모니터링, 합병증 점검, 생활습관 교육·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만관제 시범사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말 건강보험공단 분석을 보면 참여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률은 시범사업 전 82.3%에서 사업 후 90.1%로 소폭 개선됐고, 당뇨 환자의 공복혈당 조절률도 49.9%에서 60.7%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내과의사회에 따르면 시범사업 이후 고혈압 환자 합병증 연구에서 신부전 위험도는 44%, 급성심근경색·뇌졸중 위험도는 25% 감소했으며 입원 및 응급실 방문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당면 과제도 없지 않다. 의사와 함께 환자 관리의 중요한 축을 맡는 케어코디네이터의 활용이 미흡하다. 정부 자료에 의하면 시범사업 참여 의원의 코디네이터 고용률은 2.3%(8월 기준)에 그친다. 초창기부터 시범사업에 참여해 온 서울 관악구 A가정의학과의원 B원장은 “케어코디네이터는 영양사보다 간호사가 더 선호되는데, 요즘 간호사 구하기도 어려운 데다 의원급에서 전담으로 채용하기엔 인건비가 부담될 수 밖에 없다”면서 “코디를 쓰지 않으면 의사가 환자 교육·상담은 물론 행정 업무까지 도맡아야 해 진료에 차질이 있다”고 토로했다.

건보공단 연구에 의하면 케어코디네이터를 고용한 의원은 미고용 의원보다 환자 관리 서비스 제공 비율이 20.7% 높게 나왔다. 내실 있는 만성질환자 관리를 위해 케어코디네이터가 꼭 필요함을 시사한다. 복지부가 관련 기관과 협의해 단기 근무자 등 다양한 근로 형태의 케어코디네이터 고용 활성화 방안을 강구 중이지만 빛을 볼지는 알 수 없다.
 
ICT 기반 만관제 고도화 연구 진행 중
케어코디네이터 부족 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는 서비스 모델 개발도 시범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앞서 이씨가 지난해 3개월간 참여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고혈압 관리 프로그램이 그 일환이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미래헬스케어추진단 강재헌 교수팀이 2020년 6월부터 복지부의 ‘ICT 활용 일차의료 만성질환자 모니터링 서비스 모델 구축 및 고도화 사업’ 연구과제를 받아 진행 중이며 내년 2월 마무리할 예정이다. 추진단은 서울 관악·은평구의 2개 의원에서 106명(고혈압 54명, 당뇨병 52명)을 대상으로 3개월 소규모 실증사업을 벌였고 올해 6월부터는 총 8개 의원, 1000명의 환자로 규모를 확대했다.

서울 은평구 C가정의학과의원 D원장은 “스마트폰 앱으로 80~90명의 환자를 관리 중”이라면서 “처음 해 보는 시스템이지만 ICT가 만성질환 관리에 보조적 툴(도구)로서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ICT 활용으로 환자 비용 부담이 더 커지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참여도를 높일 수 있고, 의원들에게는 교육·상담료 등 수가 지원에 있어 손해보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어야 호응이 늘 것”이라고 귀띔했다.

강재헌 교수는 “3개월 프로그램은 제공된 서비스 모델, 즉 스마트폰 앱 및 웹의 이용 환자와 의사의 불편이나 어려운 점을 파악하는 게 목적이었고 짧은 기간이었지만 건강지표 개선 효과(그래픽 참조)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1000명 규모 6개월 연구결과가 조만간 나오면 비용 효과성이 확실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관리 앱이 민간에 많이 있지만 의사와 케어코디네이터가 관리해 주는 모델에 환자들의 순응도가 대체로 높다”면서 “제한된 시간에 만성질환자에 대한 충분한 교육·상담이 어려운 동네의원 환경에서 ICT 고도화 모델이 진료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대형병원의 경증 만성질환자 쏠림 현상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12개를 시범 인증하고 그 중 만성질환자 대상 1군(만성질환관리형) 5개 서비스를 ICT 기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에 활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인증받은 플랫폼 기업에 보험사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이 일부 포함돼 시민·환자단체로부터 ‘의료 영리화’ ‘정보 유출 가능성’ 등 비판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추진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가 ‘질병 예방 및 악화 방지를 위한 상담·교육·훈련·실천 프로그램’을 말하며 의료법상 의료 행위에 해당되지 않아 의료 영리화와는 관련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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