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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올림픽·양회·당대회도 끝났는데… 中 코로나 방역 언제 풀리나

마스크를 쓴 중국인 남성 2명이 5일(현지시간)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 수입품 엑스포’ 전시관 벽에 걸린 오성홍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직후부터 확진자 발생 도시의 완전 봉쇄, 확진자 수용소시설 격리 등 고강도 방역을 거듭하며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이후 중국에선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곧 풀릴 거라는 기대감이 번졌다. 시 주석이 베이징을 방문한 외국 정상급 지도자를 노마스크로 접견하고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후 최대 규모 스포츠 행사인 베이징 마라톤 대회가 6일 예정대로 열리는 등 완화 시그널이 곳곳에서 감지됐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선 이날 ‘방역 정책 조만간 조정되나, 정부의 공식 답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검색어 상위에 오를 만큼 관심을 끌었다.

방역 완화는 곧 이뤄질까. 결론적으로 중국 당국은 제로 코로나만큼 정확하고 효과적인 방역은 없으며 이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지역의 일률적이고 과도한 통제를 엄격히 감독하겠다고 덧붙였다. 봉쇄와 통제로 인한 국민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위드 코로나’로 방향을 바꾼 주요 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3년 가까이 도시 봉쇄, 시설 격리로 대표되는 고강도 방역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지난달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등 국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번 일만 끝나면 방역이 풀린다더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없던 일이 됐다. 지금은 다시 내년 3월 양회가 끝나야 제로 코로나 기조에 변화가 있을 거라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계속된 ‘방역 완화’ 신호들

중국의 유명 이코노미스트 훙하오는 지난 1일 트위터에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이 ‘재개방 위원회’를 구성해 이끈다고 들었다”며 “내년 3월 재개방을 목표로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의 코로나19 데이터를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의 책사로 알려진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는 시진핑 3기 정치국 상무위원에도 이름을 올렸고 권력 서열 4위의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위원회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음에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어 쩡광 전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 과학자는 지난 4일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문을 열 조건이 축적되고 있다”며 “상황이 변하고 있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홍콩 항셍지수와 상하이 종합지수 등 범 중국 증시가 일제히 강세를 보인 데는 중국 전문가들의 이러한 관측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시 주석이 베이징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당서기와 각각 마스크 없이 회담한 것은 방역 완화를 시사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혔다. 일각에선 베이징을 시작으로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가 완화되고 순차적으로 중국 내 이동 제한이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베이징시는 해외 입국자에 대해 시설 격리 7일, 자가 격리 3일 방침을 적용하고 있다. 일부 지방 정부가 코로나19 PCR 검사를 유료화한다는 것도 방역 정책 조정 신호로 해석됐다.

“제로 코로나 견지하되 정밀 방역 추구”

그러나 중국 국무원은 이런 관측을 일축했다. 후샹 국가질병통제국 순시원은 5일 국무원 합동 브리핑에서 일부 지역의 방역 완화 움직임이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전염병 예방 및 통제 전략과 일련의 조치가 완전히 정확하고 경제적이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실천에 의해 입증됐다”며 “우리는 역동적인 제로 코로나 총방침을 흔들리지 않고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책 효과를 총결산하는 기초 위에서 바이러스 잠복기, 전파력 등의 변화에 따라 예방 및 통제 조치를 개선해 방역의 정밀성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질병통제국은 동시에 국민의 방역 관련 불만 사항을 정리해 세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일부 지방 정부가 저위험 지역에서 온 인원에 대해 귀환을 권유하거나 격리하는 등 과도한 조처를 하는 것, 이동 통제 범위와 격리 대상자를 임의로 확대하는 것 등이 거론됐다. 국무원은 헤이룽장성 다칭시, 산시성 타이위안시, 산시성 윈청시, 허난성 정저우시, 광둥성 선전시 등 방역 관련 민원이 많이 제기된 지역을 공개적으로 거명하며 압박했다. 그러면서 “형식주의와 관료주의에서 비롯된 일률적 방역 조치를 확고하게 바로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바꿀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로 인한 국민 불만이 누적되자 정밀 방역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는 하루 4000명을 넘어서며 다시 확산하는 기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5일 하루 31개 성급 지역에서 4420명이 신규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일일 신규 감염자가 4000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49명 감염자가 나온 베이징시는 즉각 방역 강도를 높였다. 차오양구 등 일부 지역은 6~8일 사흘 연속 핵산 검사를 의무화했고 일선 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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