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속으로…] 화려한 조명 아래 찬양 이어져… 다음세대, 예배에 빠지다

영국 런던에 있는 HTB교회 내부 모습. 조명과 음향 설비 등 콘서트장을 연상케 하는 교회에서 10~20대 젊은이들이 찬양을 하고 있다.
 
청년들이 HTB교회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HTB교회는 티칭보다는 토크,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


런던의 중심가를 지나다보면 여타 건물보다 큰 교회를 발견할 수 있다. 영국 성공회 중 가장 큰 교회인 ‘HTB’(Holy Trinity Brompton) 교회다. ‘영국에도 이렇게 큰 교회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새삼 반가움이 앞섰다. 교회 안에 들어가봤다. 예배당 옆에 있는 한 방에서 10대 청소년들과 20대 청년들이 모여 웃고 떠들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 주제는 신앙부터 사회 이슈까지 다양했다. 그 옆방에선 젊은이들이 갖가지 오락기와 운동기구를 사용하며 저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잠시 후 진행된 예배도 독특했다.
 
소멸하는 영국교회 NO, 희망 느껴져

화려한 조명과 많은 영상스크린이 동원된 가운데 찬양이 이어졌는데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다음세대들은 진심으로 예배를 즐기는 것 같았다. HTB 교회는 편견 속에 자리잡고 있던 엄숙한 교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곳에서 막연하게 죽어가는 줄로만 알았던 영국 교회가 여전히 아직 살아있고 희망이 있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HTB 교회는 1829년에 설립된 이래 일관되게 영국의 ‘재복음화’를 표방하며 힘써 달려왔다. 다른 교회들이 잇따라 맥을 못추고 쓰러질 때 HTB 교회만큼은 교인들이 갈수록 늘어 교회를 한 곳 더 세울 정도였다. 기존 브롬프턴에 이어 지교회 격인 ‘세인트 폴즈 온슬로우 스퀘어’를 추가로 세웠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들, 즉 다음세대 교인수가 최근 5년 간 2배 이상 증가하며 성장이 두드러졌다. 1970년대 중반 영국 교회를 비롯한 서구 교회들은 극심한 침체기를 겪었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났었다. 그 엄혹한 시기를 넘어 최근 극적으로 부흥하는 역사가 HTB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문화로 다가가니 마음을 열더라

부흥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다음세대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문화적 접근을 꼽을 수 있다. HTB 교회는 딱딱해 보이는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하고 청소년과 청년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주제를 갖고 접근한다. 가령 세계적인 가수인 저스틴 비버의 대표곡 ‘HOLY’에 기독교적 요소가 많이 녹아있는데 이와 관련해 함께 얘기를 나눠보자는 식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다음세대는 자연스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1차 전도’가 성공한 뒤에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동원해 다음세대가 교회에 완전히 마음을 붙일 수 있도록 돕는다.

우선 기본적인 환경을 친숙하게 조성한다. 다음세대는 주로 두번째 장소인 세인트 폴즈 온슬로우 스퀘어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이 곳은 브롬프턴과 달리 한결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이어 각종 오락기기와 운동기구를 들여와 다음세대가 교회 안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톰 클락(33) HTB교회 다음세대 담당 목사는 “젊은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교회 안에 마련함으로써 교회로의 효과적인 유입을 도모하고 교회 밖으로의 유출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배에도 문화적인 요소를 접목해 다음 세대가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돕는다. 콘서트장 같은 찬양집회와 예배당 뒤켠에 마련된 파티장 분위기의 다과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야기가 있는’ 소그룹의 힘

여기까지가 다음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면 알파코스 모임은 일종의 ‘굳히기’다. 여기에선 티칭(teaching)보다 ‘토크’(talk)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수직적인 관계에서 가르치는 것이 아닌 수평적인 관계에서 자연스런 나눔을 도모하는 것이다.

댄 블라이드(37) 알파인터내셔널 유스 디렉터는 “대그룹 모임에서의 토크 후 차와 간식을 함께하고 이어 소그룹 모임에서 또 이야기를 나눈다”며 “상호간 다양한 질의응답이 오고 간다. 신앙부터 사회적인 사안까지 어떤 이야기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HTB 교회에 다니고 있는 아디(18)씨와 쉐본(15)씨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굳건한 신앙을 갖게 된 대표적인 사례다. 아디씨는 “사실 일찍부터 신앙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이 교회의 남다른 측면에 호감을 갖고 교회를 다니게 됐고 지속적인 나눔의 과정을 통해 신앙을 성장시켜 지금은 모임의 리더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세대 100만명 복음화 목표

한편 HTB 교회는 영국의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도 다음세대 사역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영국은 과거에 비해 전도를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전언이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단계로서 모든 사람들이 존중받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과거에 전도하는 것을 부끄러워했던 것에서 벗어나 당당하고 적극적으로 전도에 나서 상당한 성과를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HTB 교회 성도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여전히 영국에선 세속화의 물결이 넘실대고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다. 톰 클락 목사는 “분명 과거보다 상황이 나아진 것은 맞지만 여기서 결코 안주할 수 없다”면서 “HTB 교회는 향후 런던에 있는 100만명의 다음세대에 전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런던=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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