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예배 365-7월 25일] 아귀야 미안해



찬송 :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79장(통 40)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창세기 1장 26~28절

말씀 : 언젠가 아내가 주방에서 음식을 장만하다가 갑자기 외마디 소리를 질렀습니다. 칼로 손가락을 베었나 싶어서 뛰어갔더니 아귀 생선의 배 속에 있는 조그만 과자봉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아귀를 요리하려고 배를 갈랐더니 과자봉지가 그 속에 들어 있더랍니다.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어린아이가 내버린 과자봉지가 바다에 떠내려가고, 과자봉지를 먹이인 줄 알고 삼켰다가 고통당하던 아귀가 잡혀서 우리 집의 식탁에까지 올라왔던 것입니다. 종종 물고기가 스티로폼을 삼켰다느니 상어의 뱃속에 비닐봉지가 가득 들어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제 눈으로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환경 문제를 눈으로 실감하는 계기였습니다.

저는 그 일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도하고 묵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아귀 생선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자 봉지를 삼킨 후에 겪었을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생선뿐만 아니라 모든 가축에게 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사육되는 닭들이 받을 스트레스도 떠올랐습니다. 나무나 잡초나 흙이나 공기에도 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사도 바울이 로마서 8장 22절에서 ‘피조물들이 탄식하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한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요즘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습니다. 가뭄이 오래가기도 하고, 집중 폭우가 쏟아지기도 하고, 조류인플루엔자는 해마다 생기고, 올해는 꿀벌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주 눈에 띄던 청개구리도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신 후에 사람에게 그 피조물들을 다스리라고 했습니다.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창 1:26) ‘다스린다’는 말을 오해하면 곤란합니다. 이 말은 사람이 피조물을 마음대로 정복하고 파괴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피조물들을 보살피고 돌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피조물의 청지기로 세워 놓으신 것은 선한 청지기가 되어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창조 동산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도록 보살펴 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사람은 청지기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해서 피조물들이 망가지고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곳곳에서 피조물들이 신음하며 부르짖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지구를 살리려면 작은 실천이 필요합니다. 큰 것을 생각하다가 작은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일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일회용품 줄이기 같은 것은 어떨까요. 전등 하나를 끄는 것, 수돗물을 아끼는 것도 좋고요. 가정주부라면 비닐 제품 줄이기도 괜찮을 듯합니다. 가게에서 담아주는 비닐포장지 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요. 미안하다. 아귀야, 미안하다. 피조물들아.

기도 : 하나님, 피조물들을 잘 돌보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오종윤 목사(군산 대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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