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예배 365-7월 19일] 빌어먹고 벌어먹고



찬송 : ‘내 기도하는 그 시간’ 364장(통 482)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누가복음 16장 1~3절


말씀 : 악한 청지기의 비유에서 청지기가 주인의 돈을 빼돌리다가 들통이 납니다. 주인은 청지기에게 그만두라고 하니까 청지기가 고민이 되어서 혼자 중얼거립니다. ‘내가 무엇을 할까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부끄럽구나.’

땅을 파는 것은 벌어먹는 것입니다. 빌어먹는 것과 반대지요. 청지기의 말을 잘 들어보면 세상에서 사람들이 먹고사는 방식이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하나는 빌어먹는 것이고, 또 하나는 벌어먹는 것입니다. 빌어먹는 것과 벌어먹는 것, 두 가지는 비록 획 하나 차이지만 그 의미는 천지 차이입니다. 빌어먹는 것은 부끄럽고 창피한 일입니다. 반면에 벌어먹는 것은 떳떳하고 당당한 일입니다.

하지만 신앙적인 차원에서는 정반대입니다. 세상에서는 빌어먹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지만 신앙적인 차원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더 바람직하고 올바른 신앙의 태도입니다. 반면에 세상에서는 벌어먹는 것이 떳떳한 일이지만 신앙적인 의미에서는 벌어먹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신앙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에서 벌어먹는 것은 하나님께 내 몫을 요구하는 겁니다. 마치 머슴이 일하고 나서 주인한테 새경을 달라고 하는 것과 같고, 일꾼이 일하고 나서 품삯을 받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한테 내가 이만치 일을 하고 수고했으니까 그만치 은혜를 달라는 것입니다. 이건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은혜를 받았습니다. 풍성하게 받았습니다.

신앙생활에서 우리는 벌어먹는 게 아니라 빌어먹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죄인 되었을 때,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 일한 것도 없이, 거저 주셨다고.

많이 일하면 많이 주고, 적게 일하면 적게 주고, 이런 생각. 헌금을 많이 하면 축복을 많이 주고, 적게 하면 적게 주고, 이런 생각. 중세 시대 교회를 타락하게 만든 게 바로 이 공로사상입니다.

우리나라 교회에도 이런 공로사상에 빠진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이런 사람들의 특징, 첫 번째는 자랑과 교만입니다. 내 수고와 공로, 내가 애쓴 것을 자랑하고 큰소리를 칩니다. 두 번째는 원망입니다. 내가 이렇게 수고했는데 왜 하나님이 나에게 은혜를 주지 않느냐 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빌어먹는 것입니다. 이 ‘빌어’라는 말이 영적으로 생각해 보면 참 좋은 말입니다. ‘빌어’는 기도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비는 거지요.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고, 필요한 것은 베풀어 달라고 빌고, 건강 주시라고 빌고, 우리 자녀들 잘되게 해 달라고 빌고, 우리 교회가 은혜가 넘치게 해 달라고 빌고. 이렇게 빌고 또 빌면 하나님이 응답해 주십니다. 신앙생활이라는 하는 것은 이렇게 빌어서 사는 것, 즉 빌어먹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빌어먹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하나님 앞에 엎드려 빌어먹는 것은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답고 귀한 것입니다.

기도 : 하나님, 겸손한 믿음 주셔서 예수님만 자랑하게 하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오종윤 목사(군산 대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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