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나침반이 된 성경말씀] 예배 드리느라 늦은 검사장 오찬, 뜻밖 반전이…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

따르릉….

1990년 어느 주일 오전 교회에 도착했다. 예배 준비 중인데, 전화가 걸려 와 받아보니 같이 근무하는 선배 검사였다. 검사장께서 사무실로 나오라고 하신다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발생했는가 물었다. 특별한 일은 없는 것 같은데, 검사장이 소집했으니 빨리 나오라는 것이었다. 당시 검사장은 매우 엄격한 분이었다. 그런 분이 소환했으니 곧바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간은 오전 10시 40분. 예배 시작 20분 전이었다. 지금 사무실로 가면 예배를 드릴 수 없었다. 바로 갈 것인가, 예배를 드리고 갈 것인가. 오라는 연락은 받았으나, 별일은 없다고 하니 예배부터 드리고 곧바로 가자고 판단했다.

예배를 마치고 급히 사무실로 달려가 보니 선배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빨리 검사장께 가서 사과드리라고 했다. 검사장께서 오찬을 내셨는데, 막내인 나만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검사장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불같이 화를 내실 것으로 예상했는데, 검사장께서는 환하게 웃으며 따뜻이 맞아주셨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 예배드리러 갔다며? 그럼 그냥 예배드리지, 뭐하러 왔나? 나는 자네들이 너무 고생이 많기에 점심이라도 사주려고 부른 거야.”

그러면서 검사장께서는 차를 대접하면서 대화를 시작하셨다. 언제부터 교회 다녔냐, 어느 교회에 다니느냐, 목사님은 누구냐 등. 그리고 본인도 중학교 때는 앞으로 목사가 돼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고 했다.

그분께서 나를 야단치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격려하였고, 이 일 이후로 나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주셨다. 그분과는 지금까지도 30년 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좋은 사이로 지내고 있다.

살다 보면 참 많은 결정의 순간에 선다. 어려운 때 나의 판단 기준은 언제나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였다. 나는 삶의 여정에서 여러 우여곡절도 겪었다. 특히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권한대행, 자유한국당 대표 등 중책을 맡았을 때 귀하면서도 어려웠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의 판단 기준은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였다. 결국은 늘 어렵지만 의미 있는 결과 즉 은혜였다. 지금까지 함께 하신 하나님을 신뢰하며 다시 발걸음을 딛는다.

<약력>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자유한국당 대표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현)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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