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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월요일’… 美 물가 쇼크에 증시 폭락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91.36포인트(3.52%) 하락한 2504.51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피 낙폭은 1년9개월여 전인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최대치였다. 코스피 시가총액 약 71조원, 코스닥 시가총액 약 17조원이 감소해 증시에서 총 88조원이 증발했다. 권현구 기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장기화 전망 충격에 13일 코스피지수가 2500선 붕괴 직전까지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다시 1280원대로 치솟았다. 미국이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더 강한 긴축 정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에 시장이 불안감을 고스란히 표출한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가에 대한 선제적인 조치를 지시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1.36포인트(3.52%) 내린 2504.51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1월 13일(2493.97) 이후 1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 닛케이225(-3.01%), 홍콩 항셍(-3.45%), 중국 상하이종합(-0.89%) 등 아시아 다른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암호화폐도 오후 5시 기준으로 비트코인이 9.3%, 이더리움이 약 12.0%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이어갔다.

‘검은 월요일’은 물가 상승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미국발 전망에서 비롯됐다. 지난 10일(현지시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치인 8.6%로 발표되자 인플레이션 정점 탈출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고된 7월까지의 ‘빅스텝’(한 번에 0.50% 포인트 금리 인상)에 이어 9월 이후에도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시각이 확산됐다.

국내 증시에서는 한·미 간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가 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공격적 금리 인상을 하면 기준금리 역전 폭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며 “(이런 가능성이) 외국계 자금 유출 우려로 이어져 코스피 약세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요동에 달러화는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5.1원 오른 1284.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하면서 연고점인 1291.5원(5월 12일 장중)은 넘지 않았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필요하면 즉시 시장안정조치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및 한국은행의 담당 국장도 메시지를 내고 “시장 내 심리적 과민반응 등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외환시장에는 실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제 상황에 따라 달러당 1290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엔·달러 환율은 도쿄외환시장에서 한때 135.22엔까지 치솟아 1998년 10월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 현상에 일본의 저금리 정책 고수가 결합해 엔화 가치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 상승 충격이 금융시장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을 보이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물가가 오르면 실질임금이 하락하므로 선제적인 조치로 서민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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