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돈만 많이 벌면 그만?… 항상 ‘성경적 경영’에 대해 고민”

유이상 풍년그린텍 회장은 “크리스천으로서 항상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안산공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유이상 풍년그린텍 회장.




지난달 찾은 경기도 안산의 풍년그린텍 공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산더미처럼 쌓인 신문지였다. 이 폐신문지는 가공 과정을 거쳐 친환경 포장완충재 펄프몰드 계란판으로 재탄생한다. 안산공장과 함께 김제공장에서 하루 100만장 이상의 계란판이 생산된다. 풍년그린텍 유이상(74) 회장은 “계란 3000만개를 담을 수 있는 양”이라며 “우리 회사가 멈추면 아마 대한민국 계란 유통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1978년 박스공장으로 시작한 풍년그린텍은 현재 폐지를 재활용해 계란판과 함께 가전제품용 포장완충재, 벼농사용 못자리 매트, 과일포장용 종이 트레이 등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에는 ‘주영(主榮)’이라는 상표를 등록하고 백두산 아래 장백 지역 인삼으로 건강식품을 가공, 판매하고 있다. 유 회장은 “주로 생필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매출은 다른 업종보다는 큰 타격이 없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은 좋지 않아졌다”면서 “특히 공정상 건조가 필수인데 이때 쓰는 가스비가 2배나 올라 고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북 고창이 고향인 유 회장은 16세 때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신문 배달부터 계란 장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국민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시작한 박스공장을 현재의 풍년그린텍으로 성장시켰다. 40년 넘게 사업을 하면서 항상 마음속에 ‘씨 뿌려 가꾼 만큼 거두리라’는 가훈을 새겼다. 불로소득은 원치 않았다. 유 회장은 “사업가로서 돈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내가 돈을 버는 과정에서 누군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유해 물질이 포함된 제품이 아닌 친환경 제품 개발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신앙생활을 시작한 후로는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를 줘야 한다”는 가치관이 더해졌다. 재소자와 신용불량자, 탈북민 등을 적극 고용하는 등 늘 어려운 이웃을 챙겼다. 비인가 장애인시설이었던 겨자씨사랑의집을 돕다가 사회복지법인으로 만들어 이사장으로 활동했고, 태국 치앙마이 소수민족인 라후족 마을에 5개 교회를 건축하고 후원하는 등 해외선교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유 회장은 “작은 기업이지만 매년 평균 1억원 이상은 기부나 후원 등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형편에 넘치는 후원을 한 적도 여러번 있었다”면서 “하나님이 그 이상으로 채워주시는 체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유교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유 회장이 신앙을 갖게 된 것은 큰아들 죽음이 계기였다. 1982년 태어난 아들 희웅이가 22개월 되던 어느 날 아내는 “희웅이가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동네 소아과에 갔더니 서둘러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하지만 24시간도 되기 전에 아들은 세상을 떠났다. 유 회장은 “당시 아버지로서 어떤 것도 할 수 없고, 그냥 지켜봐야만 하는 한심한 존재라고 느꼈다”면서 “신앙이 뭔지도 몰랐는데 막연하게 ‘이럴 때 신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들이 죽은 뒤 살던 집에서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이사한 곳이 마침 교회 바로 옆집이었다. 아들을 잃은 상처를 달래기 위해 아내가 먼저 교회에 나갔고 유 회장도 뒤따랐다.

유 회장의 신앙은 기독실업인회(CBMC) 활동과 함께 더욱 성장했다. 그는 매주 금요일 열리는 CBMC 조찬모임에 빠지지 않았다. 모임에서는 2명씩 짝기도를 한다. 기도제목을 쓰고 서로 기도해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유 회장은 “혼자 고민하다가도 상대방이 던져주는 말 속에서 답을 찾곤 했다”면서 “사업과 돈만 생각하다가 실업인회를 통해 가정 형제 이웃을 보게 됐고, 성경적 경영이 무엇인가를 항상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크리스천 사업가들에게 “교회 가서 기도만 많이 한다고 성공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고 조언한다. 그는 “사업하며 경영방식, 태도 등에서 크리스천으로서 부끄럼 없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크리스천 사업가의 모습”이라면서 “맡은 일에 게으르지 말아야 하고 정직해야 하며 직원들보다 더 열심히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요즘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는 지향이 있다. 우선 천안 공장의 기존 소각장을 최신 시설로 증축하는 문제다. 유 회장은 “제품 생산 공정상 건조 과정이 필수여서 소각장을 함께 운영하면 소각 폐열 재활용이 가능하다”면서 “최신 시설로 업그레이드하면 오염물질이 거의 배출되지 않는데도 무조건 혐오시설이라고 반대만 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게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최근 회사 연구소에서는 플라스틱 성분의 부직포 대신 펄프를 이용한 물티슈를 개발했다. 유 회장은 “펄프 물티슈는 화장지처럼 물에 쉽게 풀리고 썩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며 “상용화에 성공해서 친환경 물티슈 시장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최근 자서전 ‘나는 오늘도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지’(사진)를 펴냈다. 그는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를 좀 더 이해해 줬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갖고 용기를 냈다”면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잘 읽었고 자신의 삶이 부끄럽게 느껴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올 때 보람이 생긴다”고 말했다.

안산=글·사진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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