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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라이프] 건강 위해 세균 먹는 현대인… ‘유산균 1조 시장’ 성큼

hy(옛 한국야쿠르트) 소속 연구원이 프로바이오틱스를 분리하고 있다. 유산균 연구의 선두에 서 있는 hy는 국산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여럿 개발해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hy 제공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8856억원에 이르렀다.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적극 뛰어들면서 프로바이오틱스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CJ제일제당에서 내놓은 피부 건강에 특화된 ‘BYO유산균’, 구강 유산균 전문기업 오라팜에서 출시한 ‘그린브레스’, 대상㈜에서 판매하는 항바이러스 유산균을 넣은 김치. CJ제일제당, 오라팜, 대상 제공


코로나19 확진 경험이 있는 홍모(36)씨는 ‘그날’ 이후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꼬박꼬박 챙겨먹는다. 젊고 특별히 아픈 곳도 없었기에 감염돼도 괜찮을 줄 알았으나, 호되게 앓았기 때문이다. 건강관리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고 한다. 홍씨는 “아프고 난 뒤부터 홍삼, 비타민, 유산균을 매일 먹고 있다. 먹고 난 뒤 더 좋아졌다고 체감할 정도는 아닌데, 안 먹으면 피곤해지는 것 같아서 꾸준히 챙겨 먹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불러온 변화 가운데 하나는 홍씨처럼 젊고 건강한 2030세대도 건광관리에 부쩍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31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4조9805억원에 이르렀다. 2019년 4조6699억원과 비교해 6.6%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건기식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홍삼이었다. 2위가 유산균으로 대표되는 프로바이오틱스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몸속에서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익균인데, 유산균이 대표적이다.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8856억원에 이르렀다. 2019년(7415억원) 대비 19%, 2018년(5424억원)보다 63%나 뛰었다. 지난해에는 시장 규모 6000억원대인 비타민을 밀어내면서 대세로 떠올랐다. 업계에선 올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할 걸로 전망한다.

유산균, 피부 건강에도 도움

유산균으로 대표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홍삼만큼이나 익숙한 건강기능식품이 됐다. 체내 면역세포 70%가량이 장(腸)에 존재한다는 게 밝혀지면서 유산균 수요는 크게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19 특수가 겹치면서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승승장구 중이다.

시장 확대 흐름을 타고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종류도 다양해졌다. 장 건강에 좋은 유산균 뿐 아니라 피부, 구강, 코, 여성 호르몬, 근육 건강 등에 좋은 유산균 등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확장 중이다. 업계에서는 ‘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한다.

유산균은 피부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피부에 좋은 유산균은 면역 과민반응에 따른 피부상태의 개선을 돕는다. 우리나라 유산균 연구의 선두에 서 있는 hy(옛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유산균을 섭취한 뒤 자외선 때문에 형성된 깊은 주름이 개선됐다. hy, CJ제일제당, 쎌바이오텍은 피부 건강에 좋은 유산균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건강기능식품 개별인정을 받아 상품화했다.

유산균 섭취는 체지방 감소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hy가 개발한 프로바이오틱스 ‘킬팻’이 대표적이다. 17년 동안 30억원 이상을 들여 연구한 끝에 체지방 감소에 효과적인 두가지 균주를 골라냈다. 식약처로부터 개별인정을 받고 관련 제품을 내놨다.

hy는 킬팻을 포함해 국산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여럿 개발해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hy의 균주 누적 판매량은 B2B 사업을 본격화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8000㎏에 이른다. 이는 야쿠르트 8억3000만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구강 건강에 특화된 유산균도 있다. 입속에는 약 100억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는데 구강 유산균을 먹으면 입냄새, 충치, 치주질환 등을 일으키는 유해균을 없애거나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 ㈜오라팜처럼 구강 유산균을 연구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전문기업도 등장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오라팜의 구강유산균 판매량은 전년 대비 3.6배나 증가했다.

여성에게 특화한 유산균도 속속 나오고 있다. 여성호르몬을 활성화해 갱년기 증상을 완화해주는 유산균, 질 건강을 도와주는 유산균 등이 나왔다. 비염을 개선하는 데도 유산균이 쓰인다. 네비팜은 비염을 개선하는 유산균을 식약처로부터 개별 인정받아 판매하고 있다. 코 건강과 장 건강을 동시에 개선하는 유산균이다.

대상㈜이 특허 출원한 김치 유산균은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상은 항바이러스 유산균을 넣은 ‘튼튼김치’를 학교 급식용으로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대상의 김치 유산균은 항균제 원료로도 쓰인다. 대상의 ‘식물성 유산균 발효액 ENT’는 국내산 배추를 발효해 만든 천연 항균제다. 식품을 보호하는 강력한 항균 효과를 내고, 부패를 유발하는 미생물을 억제해 식품의 유통기한을 두배가량 연장할 수 있다. 음료, 제과 등에 이 김치유산균 항균제가 쓰이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어떻게 먹나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고를 때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은 ‘보장균수’다. 유통기한까지 살아남는 균의 수를 말하는 보장균수는 CFU로 표기된다. 식약처는 유산균의 일일 최대 건강섭취량을 100억CFU라고 본다. 투입균수가 많더라도 보장균수가 적다면 효능 높은 제품으로 보기 어렵다. 식약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으려면 보장균수를 1억~100억CFU 확보해야 한다. 시중에는 4500CFU까지 보장균수를 확보해 개별 인정을 받은 고함량 프로바이오틱스 제품도 나왔다.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를 함께 먹는 것도 좋다고 한다. 식이섬유 등의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의 자체 증식을 돕는다. CJ제일제당은 아예 프리바이오틱스 성분을 함께 넣은 제품도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꾸준한 섭취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정열 hy 중앙연구소장은 “‘많이’보다는 ‘꾸준히’를 신경써야 한다. 꾸준히 섭취하면서, 효능에 따라 다양한 균주를 섭취하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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