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예배 365-10월 16일] 적은 누구인가



찬송 : ‘아버지여 나의 맘을’ 424장(통 216)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사사기 8장 1~3절


말씀 : 기드온과 용사 300명은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들이 엄청난 승전보를 품고 돌아왔을 때 예상된 건 이스라엘 사람들의 환호와 갈채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오히려 에브라임 지파에서 기드온에게 시비를 걸었습니다. “왜 미디안과의 싸움에 우리를 부르지 않았느냐. 왜 우리를 무시하느냐.”

공동체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고 모든 것을 걸고 치열하게 싸웠는데, 기드온은 이런 대접을 받게 됩니다. 외부의 적과 싸우고 돌아온 뒤 내부의 적과 싸우게 된 형국입니다.

에브라임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뛰어난 지파라는 평가를 받던 이들입니다. 그들의 조상들은 요셉의 차남이었지만 하나님께서 장자의 축복을 내리신 자들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에브라임 지파는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했습니다. 모든 지파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스라엘의 기득권 세력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들은 기드온을 탐탁지 않게 여겼습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기드온이 이스라엘의 리더로 자리 잡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탓입니다. 에브라임 지파가 건 시비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리더의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왜 네가 우릴 밀어내려 하느냐.’

이들에게는 기드온이 벌인 일, 즉 하나님의 은혜로 주의 사역을 감당한 성과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에브라임 지파의 행태는 이스라엘이 가나안의 영향을 받아 얼마나 악해졌는지 보여줍니다. 기득권 세력이 보여주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이렇듯 비슷합니다.

기드온은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기드온이 고개를 숙인다면 세상에 평화가 올 것처럼 보였습니다. 만약 그가 강하게 대응한다면 이스라엘에 내부에서는 다시 싸움이 벌어질 게 뻔했습니다. 기드온은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적은 에브라임 지파가 아닌 가나안 출신들이라고. 결국 기드온은 에브라임 지파에 납작 엎드립니다.

“너희의 꼬리가 우리의 머리보다 낫다. 하나님이 미디안을 내 손이 아니라 너희 손에 넘겨주셨다. 내가 한 일이 어찌 너희들이 한 일과 비교가 되겠느냐.”

이 말을 들은 에브라임 지파는 비로소 마음을 풀고 기드온을 향한 비난을 멈추게 됩니다. 기드온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었을 겁니다. 목숨을 걸고 주님의 소명을 감당했던 건 에브라임 지파가 아닌 자신과 용사 300명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생각해보십시오. 이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세상에선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우리 주변엔 항상 적군 같은 아군이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물어야 합니다. ‘진짜 적은 누구인가.’ ‘우리가 벌이는 싸움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싸우는지 알아야 합니다. 적군 같은 아군 앞에서도 우리 자신을 낮출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 큰 사람입니다. 진짜 영웅입니다.

기도 : 주님, 부르심의 목적을 잊지 않고 적이 누군지 분별하면서 싸워 영적 전쟁터에서 승리하는 하나님 나라의 용사가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이영은 목사(서울 마라나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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