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두상달 (26) 민·군 화합의 장… “여러분은 예수 십자군” 사기 북돋워

제44차 CMBC 한국대회 참석자들이 2017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대군인교회에서 팔을 들고 기도하고 있다.


2016년 초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회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육군훈련소에 6000석 교회를 짓는데 모금이 어려우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별 흥미 없이 시큰둥하게 듣다 매년 8만명이 세례를 받는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돕기로 마음먹었다.

김장환 목사께 상의 드렸더니 추진해 보라고 격려해 주셨다. 우선 육군훈련소에서 CBMC 한국대회를 열기로 추진했으나 반대가 많았다. 물러설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임원회에서 2017년 44차 한국대회 장소를 육군훈련소로 정했다.

마침 CBMC 김수웅 명예회장이 한국대회 장소가 육군훈련소로 정해지면 1억원을 내겠다며 힘을 실어줬다. 박래창 회장도 앞장섰고 그 외 뜻있는 여러분이 거금을 약정해 줬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오랫동안 대회를 열었던 컨벤션이나 호텔이 아닌 군대 내무반에서 잘 수 없다는 것이었다. 훈련소 목욕탕을 기업체 대표 부인들이 사용하는 것도 문제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CBMC는 사명과 비전 공동체라고 설득했다. 1년에 12만명의 젊은이가 입소해 8만명이 세례를 받는데 이런 황금어장이자 가두리 어장이 어디 있겠느냐며 설득했다. 대부분은 공감하고 따라줬다.

장소가 결정된 뒤 난관이 생겼다. 대회 기간이 8월 중순이라 더위가 큰 문제였다. 불만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3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훈련소 내무반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었다. 귀를 의심했다. 할렐루야를 외쳤다. 에어컨 설치는 대회 직전 마무리됐다. 하나님이 하신 일이다.

국민일보에 전면광고를 냈다. “세대절벽, 교인절벽, 차세대가 답이다”라는 문구를 크게 썼다. 대회 며칠 전 등록도 마감했다. 그날 현장에 왔다 돌아간 사람도 많았다.

훈련소 영내에서 대회를 연 건 파격적인 일이었고 사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 군대에서도 없는 일이었다. 민간인이 영내 생활을 체험하면서 군을 이해하고 민·군이 협력할 수 있는 화합의 장이었다.

참석자들에게 ‘군번줄’도 제공했다. 저녁 9시면 현역 군인이 취침 점호를 했다. 내무반 안에서 군복도 입어 볼 수 있도록 했다. 대회 중간에 가는 사람을 막기 위해 나는 개회사에서 “여러분은 예수 십자군이다. 중간에 돌아가면 탈영병으로 간주해 수배하겠다”고 해 큰 박수를 받았다.

CBMC 회원과 군인 등 5000여명이 어우러져 실로암 찬양을 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런데 첫 시간이 끝나자 쪽지가 전달됐다. 대회에 처음으로 초대된 어떤 분이 건축헌금 1억원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김귀열 부회장이 5억원을 헌금하겠다고 했다. 회원들의 정성이 모여 16억원이 모였다. 서상국·구재서 소장과 군선교연합회 관계자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 인사를 전한다.

44차 CBMC 한국대회는 역대 최고의 대회이자 사명 공동체로서 역사에 길이 남을 대회였다. 지금도 집회 장면을 회상하면 큰 감동과 울림이 밀려온다. “교인절벽, 세대절벽을 맞이한 한국교회에 차세대가 답이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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