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두상달 (13) ‘부부 무면허’로 살다 보니 항상 티격태격

두상달 장로와 김영숙 권사 부부가 지난 16일 경기도 양평 자택 마당에서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여자와 남자의 입맞춤은 사랑의 시작인 동시에 싸움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사랑의 시작인 키스가 갈등의 출발점이라는 말이다. 아내와 부부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사랑과 갈등의 틈을 잇기 위해 큰 노력을 했다.

한 세미나가 끝난 뒤 한 여성이 내 아내에게 다가왔다. “원장님. 멋진 남편분과 사셔서 행복하시겠어요.” 그 말을 들은 아내가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요. 한 번 같이 살아 보실래요”라고 말해 모두가 크게 웃었다.

오래전 일이다. 세미나가 끝난 뒤 한 저명인사가 내게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장로님. 언제 우리 집 와 보셨죠. 오늘 말씀 들어보니 우리 집 이야기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 ‘405호’나 ‘406호’가 다 똑같다는 말이다. 콩깍지가 벗겨지면 ‘환상 커플’이 ‘환장 커플’이 되는 법이다.

사랑하면서도 사랑에 실패한다.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에 시행착오가 많은 건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한 무면허 부부이기 때문이다. 부부 학교 마지막 시간에 이미 써 놓은 이혼 서류를 찢으며 흐느끼셨던 분들이 기억난다.

“아내가 원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죽일 놈이었습니다”라면서 부부가 부둥켜안고 울며 하나 되는 모습을 봤다.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며 아내를 비난했던 과거를 뉘우치며 깨닫게 된 것이다.

부부 강의를 하면서 이혼 직전의 수많은 부부를 만났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시시한 것들로 싸우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그게 감정싸움으로 번져 결국은 파경을 맞는다.

퉁명스러운 말 한마디나 신문을 본 다음 아무렇게나 던져 놓거나 양말을 뒤집어 벗는 것 등으로 다툼이 시작된다. 이혼하는 부부 중 남북통일이나 인류 평화 같은 거대한 문제로 헤어지는 부부는 없다. 나도 그런 문제로 부부싸움을 한 기억이 없다. 그래서 부부 교육이 중요하다.

‘부부 무면허증’으로 살다 보니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들이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 나도 어른이 된 뒤 가장 많이 싸운 상대가 아내다. 사랑하면서 사랑에 실패했다. 사랑의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무면허 남편이자 무면허 아버지인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가부장적 문화에서 자랐다. 내 몸에 처음부터 ‘가부장적 DNA’가 담겨 있었다. 그러니 아내의 마음을 이해할 리가 없었다. 나도 이런 내 모습을 부부 세미나에 참석해 배우면서 알게 됐다. 가정 사역을 하면서 제일 수지맞은 사람은 결국 나다.

내가 바뀌니 아내가 변했고 자녀들이 바뀌었다. 내가 바뀐 만큼 우리 가정이 행복해졌다. 한 사람을 만나 결혼한다는 것은 한 우주를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 장점만 아니라 결점까지 수용해야 한다. 배우자를 바꾸려는 생각을 버리자. 배우자가 60~70점이면 좋다. 나머지는 내가 채워야 한다. 이것을 터득하는 데 몇십년이 걸렸다. 배우자가 훌륭하길 바라지 말고 내가 훌륭한 배우자가 되는 게 먼저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